분류 전체보기164 콜드브루 위생 관리의 핵심 세균 번식을 막는 추출 기구 세척 루틴 공장 이전을 앞두고 새 정수 필터를 교체했던 날, 저는 제가 꽤 꼼꼼한 사람이라고 자부했습니다. 랩으로 꽁꽁 싸맨 필터를 들고 새 공장에 도착해 조심스럽게 재설치를 마쳤을 때만 해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결국 저에게 가장 뼈아픈 교훈을 안겨줬습니다. 콜드브루 위생은 '이 정도면 됐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바이오필름, 눈에 보이지 않는 적 콜드브루는 구조적으로 세균이 번식하기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수 시간에서 수십 시간을 상온 또는 저온에서 추출하는 방식 자체가 미생물 증식에 최적화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커피 찌꺼기 속 단백질과 유기 성분까지 더해지면, 추출 기구 내부는 사실상 세균 배양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생산 현장에서 직접.. 2026. 6. 20. 원두 분쇄도가 콜드브루 추출 수율과 맛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 원두를 굵게 갈면 무조건 콜드브루가 맛있어질까요? 저는 콜드브루 기계를 직접 개발하고 HACCP 인증 생산 라인을 운영하면서 이 질문에 수도 없이 부딪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분쇄도는 단순히 맛을 좌우하는 변수가 아니라 추출 공정 전체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몸으로 깨닫기까지 꽤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습니다. 표면적과 확산, 콜드브루가 분쇄도에 집착하는 이유 콜드브루는 왜 분쇄도에 이토록 민감할까요? 에스프레소나 핸드드립은 뜨거운 물이 가진 열에너지가 추출을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그런데 콜드브루는 다릅니다. 찬물 또는 상온의 물로 수 시간에서 24시간에 걸쳐 성분을 천천히 녹여내기 때문에, 추출의 엔진이 온도가 아닌 표면적(Surface Area)과 확산(Diffusi.. 2026. 6. 20. 콜드브루와 더치커피의 차이 (추출방식, 저온추출, 카페인) 10여 년 전, 콜드브루 장비를 직접 개발하면서 국내외 논문을 샅샅이 뒤졌지만 참고할 자료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결국 대학 연구진에게 직접 만든 장비와 원두를 보내 1년 동안 실험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콜드브루와 더치커피가 이름만 다른 커피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추출방식이 전혀 다른 두 커피 저도 처음엔 "찬물로 내리면 다 같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수백 번 추출을 반복하기 전까지는요.콜드브루(Cold Brew)는 찬물로 추출한 커피 전체를 아우르는 큰 개념입니다. 그 안에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침출식(Immersion), 다른 하나는 점적식(Drip)입니다. 여기서 침출식이란 원두를 찬물에 통째로 담가 장시간 우려내는 방식으로,.. 2026. 6. 17. 파푸아뉴기니 커피 특징, 워시드 가공이 만든 완벽한 바디감과 향미 파푸아뉴기니 커피를 처음 커핑했을 때 "이게 왜 스페셜티지?"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에티오피아처럼 향이 폭발하지도 않고, 케냐처럼 강렬한 산미가 치고 올라오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컵이 식어가면서 뭔가가 달라졌습니다. 처음보다 두 번째, 두 번째보다 세 번째 모금이 점점 더 기대되는 커피였습니다. 그게 파푸아뉴기니 커피를 다시 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커피 입문자에게 파푸아뉴기니를 먼저 권하는 이유 커핑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꼭 이런 분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강한 꽃향기와 산미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브라질은 너무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분들입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파푸아뉴기니를 먼저 내밉니다. 대부분 "이게 뭐예요, 왜 이렇게 마시기 편해요?"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파푸아뉴기니 커피의 약 95%는.. 2026. 6. 15.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원두 가이드: 독보적인 균형감과 가격이 비싼 이유 "세계 3대 명품 커피라는데 도대체 뭐가 다른 거야?"라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 궁금증 하나로 블루마운틴을 접했고, 솔직히 말하면 기대만큼 화려하지 않아서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마신 뒤 한참이 지나도 그 여운이 남더군요. 이 커피는 처음이 아니라 나중에 이해되는 커피였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의 가격, 그 이유가 납득되는가 블루마운틴이 비싸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왜 비싼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분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단순히 희귀하고 유명해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실제로 이 커피를 다뤄보면서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먼저 생산 지역 자체가 법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자메이카의 Saint Andrew, Saint Thomas, Portland, .. 2026. 6. 12. GSC 비즈니스 커핑 후기 (프로세싱 비교, 희귀 품종, 상품성) 점수 높은 커피가 카페에서 잘 팔릴까요? 15년 넘게 커피를 다루면서 매번 느끼는 건 그 답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번 김해 삼계동 스텝로스터리에서 열린 GSC(Green Specialty Coffee) 비즈니스 커핑은 그 질문을 다시 꺼내게 만든 자리였습니다. 에티오피아 4종, 콜롬비아 8종, 총 12개 샘플을 앞에 두고 로스터와 카페 운영자, 원두 유통업체 관계자들이 함께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같은 밭, 다른 얼굴 — 프로세싱 비교 커핑 테이블에서 제가 가장 먼저 집중한 건 1번부터 4번까지였습니다. 에티오피아 부르사(Bursa) 지역에서 생산된 74158 품종의 문타샤 아베 고나(Muntasha Abegona) 네 가지로, 내추럴(Natural), 레드허니(Red Honey), PB .. 2026. 6. 12. 커피 로스팅의 정의 (마이야르 반응, 로스팅 프로파일) 생두를 그냥 주머니에 넣어 물에 우려내면 커피가 될까요? 풀 냄새만 날 뿐, 우리가 아는 커피 향은 단 1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로스팅은 그저 열을 가해 원두를 갈색으로 만드는 작업일까요. 저는 수천 번의 로스팅을 반복하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로스팅은 생두 안에 잠들어 있는 향미를 열로 깨워내는 설계 작업에 더 가깝습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만드는 향미 로스팅 중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은 수분 증발입니다. 생두에는 약 10~12%의 수분이 들어 있는데, 로스팅 초반에 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내부 구조가 열을 받을 준비를 합니다. 이 단계를 건조 단계(Drying Phase)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DP란 생두가 본격적인 화학 반응에 돌입하기 전 열에너지를 흡수하며 내부 온.. 2026. 6. 11. 브루어스컵 챔피언의 핸드드립 대용량 추출 레시피 (커피베드, 미분제어, 균일추출) 커피를 많이 내릴수록 더 맛있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신 적 있으신가요? 직접 겪어보니 정반대였습니다. 원두 양이 늘어날수록 추출은 오히려 더 불안정해지고, 잔마다 맛이 달라지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수년간 커피 장비를 직접 설계하고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수강생을 가르치면서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이 바로 이 대용량 추출 문제였습니다. 커피베드 높이와 미분제어, 왜 양이 늘면 맛이 흔들리나 핸드드립에서 원두 양을 두 배, 세 배로 늘렸을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추출의 균일성입니다. 원두 50g을 V60 03 사이즈 드리퍼에 담으면 커피베드(coffee bed)의 높이가 상당히 높아집니다. 여기서 커피베드란 필터 안에 쌓인 분쇄 커피 층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이 층의 높이가 높을수록 물이 통과하는 저항이 커.. 2026. 6. 10. World Brewers Cup 우승자의 하리오 스위치 레시피 (악마의 레시피, 추출 원리, 침출식) 하리오 스위치를 사두고 막연하게 써왔던 분들이라면 이 글이 반가울 겁니다. 저도 한동안 스위치를 그냥 뜸 들일 때 잠그는 도구 정도로만 쓰고 있었는데, 추출 원리를 거꾸로 뒤집은 방법을 알게 된 뒤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같은 원두, 같은 장비인데 맛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솔직히 놀라웠습니다. 기존 방식과 완전히 반대였던 추출 원리 일반적으로 하리오 스위치를 사용하면 초반에 스위치를 닫아 침출(Immersion) 방식으로 뜸을 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출식이란 커피 가루를 물에 담가두어 성분을 우려내는 방식으로, 프렌치프레스나 에어로프레스와 원리가 같습니다.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고 가루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게 핵심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보니 이 방식이 항상 좋은 결과를 주지.. 2026. 6. 10. 월드 브루어스컵 챔피언의 브루잉 레시피 (추출 원리, 분쇄도, 열원 제어) 집에서 드립 커피를 내릴 때마다 매번 맛이 달라져서 답답했던 적 있으신가요. 저도 커피 장비를 직접 설계하면서도 정작 집에서 내리는 핸드드립 한 잔은 들쭉날쭉했습니다. 그 갈증을 풀어준 것이 2016 월드 브루어스컵 챔피언 테츠 카스야(Tetsu Kasuya)의 4:6 브루잉 메서드였습니다. 누구나 일정한 맛을 내지 못하는 이유, 추출 원리에 있습니다 핸드드립이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데 있습니다. 물 온도, 붓는 속도, 뜸 들이는 시간, 분쇄도(Grind Size)까지 하나라도 어긋나면 맛이 확 달라집니다. 여기서 분쇄도란 원두를 얼마나 굵게 혹은 가늘게 가느냐를 말하는 것으로, 입자 크기에 따라 물이 원두를 통과하는 속도와 성분 용출량이 결정되는 핵심 변수입니다. 4:6.. 2026. 6. 9. 엘살바도르 커피 특징, 화산토양이 키워낸 파카마라의 독보적 균형미 커피를 오래 다루다 보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왜 이 커피는 마실 때마다 편안한데, 설명하기가 어려울까?" 저도 처음엔 엘살바도르 커피 앞에서 그랬습니다. 화려하진 않은데 자꾸 손이 가는 커피. 20년 넘게 커피를 다뤄온 제가 오늘 그 이유를 풀어보려 합니다. 화산토양이 만드는 맛의 기반 솔직히 말하면, 처음 엘살바도르 커피를 접했을 때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처럼 꽃향기가 확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케냐 AA처럼 날카로운 산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로스팅을 거듭하면서 이 커피의 맛이 어디서 오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국토 전반에 화산 지형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땅에서 자란 커피나무는 화산재가 풍부한 토양에서 영양을 흡수합니다... 2026. 6. 8. 코스타리카 커피 특징, 타라주 허니 프로세스 원두의 맛과 추천 로스팅 코스타리카는 생산량으로 커피 강국과 경쟁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 대신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꾸준히 프리미엄 가격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산지 중 하나입니다. 처음 타라주(Tarrazú) 생두를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한 밀도가 느껴졌습니다. 그 느낌이 컵 안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줄은 그때 예상하지 못했습니다.타라주에서 처음 느낀 것, 단맛이었습니다생두 로스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여러 산지를 거쳤지만, 코스타리카 타라주를 처음 로스팅했던 날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컵 테스트를 하는 순간, 오렌지 계열의 산미가 은은하게 올라오더니 뒤이어 브라운슈가 같은 달콤함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에티오피아처럼 화려하게 꽃향기가 터지거나, 케냐처럼 강렬한 산미가 치고 나오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 2026. 6. 7.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