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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와 더치커피의 차이 (추출방식, 저온추출, 카페인)

by oz4832 2026. 6. 17.

수많은 LED 표시등이 켜져 있어 대량의 콜드브루 커피를 저온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산업용 설비의 모습
국내 콜드브루 시장 초기부터 연구·개발한 대형 냉장 저온추출 설비

 

 

 

10여 년 전, 콜드브루 장비를 직접 개발하면서 국내외 논문을 샅샅이 뒤졌지만 참고할 자료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결국 대학 연구진에게 직접 만든 장비와 원두를 보내 1년 동안 실험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콜드브루와 더치커피가 이름만 다른 커피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추출방식이 전혀 다른 두 커피

 

저도 처음엔 "찬물로 내리면 다 같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수백 번 추출을 반복하기 전까지는요.

콜드브루(Cold Brew)는 찬물로 추출한 커피 전체를 아우르는 큰 개념입니다. 그 안에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침출식(Immersion), 다른 하나는 점적식(Drip)입니다. 여기서 침출식이란 원두를 찬물에 통째로 담가 장시간 우려내는 방식으로, 티백을 물에 넣어두는 것과 원리가 같습니다. 점적식은 물방울을 한 방울씩 원두 위로 떨어뜨려 천천히 통과시키는 방식인데, 이 점적식 방식이 바로 더치커피(Dutch Coffee)입니다.

 

즉, 더치커피는 콜드브루를 만드는 여러 방법 중 하나입니다. 콜드브루가 더 큰 범주이고, 더치커피는 그 안에 속하는 방식입니다.

당시 콜드브루라는 단어 자체가 국내에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상인들이 배 위에서 찬물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는 설을 바탕으로 더치커피라는 이름이 일본을 거쳐 들어온 때였습니다. 제가 직접 장비를 개발하면서 이 커피를 뭐라고 부를지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맸던 기억이 지금도 선합니다.

 

추출방식의 핵심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침출식 콜드브루: 원두를 찬물에 8~24시간 담가 우려내는 방식. 안정적이고 균일한 맛이 특징
  • 점적식 더치커피: 물방울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3~12시간에 걸쳐 추출하는 방식. 공기와의 접촉이 많아 향미가 복합적으로 형성됨

 

저온추출이 향미를 바꾸는 이유

 

직접 경험하면서 콜드브루의 향이 핫브루와 다르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었습니다. 추출 온도가 낮아지면 커피 안에 있는 가용성 성분(Soluble Compounds)의 용출 비율 자체가 달라집니다. 가용성 성분이란 물에 녹아 나오는 유기산, 당류, 아미노산 같은 물질들을 말하는데, 어떤 성분이 얼마나 녹아 나오느냐가 커피 맛의 구조를 결정합니다.

 

고온에서는 쓴맛을 내는 성분인 클로로겐산 분해물과 카페인이 빠르게 용출됩니다. 반면 저온에서는 이 성분들의 추출이 억제되고, 대신 단맛과 부드러운 플로럴(Floral) 계열의 향이 천천히 올라옵니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 연구에서도 콜드브루가 일반 핫브루 대비 산미와 쓴맛이 줄고 플로럴 계열 향이 강화되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특히 점적 투과식 더치커피는 추출 과정에서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넓습니다. 이 접촉 과정에서 미세한 산화(Oxidation)가 일어나는데, 산화란 커피 성분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화학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입니다. 이 산화가 냉장 숙성 중에 발전하면서 특유의 발효향과 감칠맛이 형성됩니다. 그래서 더치커피를 "커피의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갓 추출한 더치커피보다 냉장에서 하루 정도 숙성한 커피가 향이 훨씬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끝맛이 길어지고 단맛이 살아나는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차이는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느낄 수 있을 만큼 분명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온도 관리가 무너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량 생산용 설비를 여러 업체에 납품하면서 직접 확인했는데, 냉장 온도가 2~3도만 흔들려도 발효취가 올라오거나 향이 탁해지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저온추출의 매력은 결국 얼마나 일정한 조건을 유지하느냐에서 나옵니다.

 

카페인 함량

 

카페인(Caffeine)은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알칼로이드 성분입니다. 여기서 알칼로이드란 식물에서 유래한 질소 화합물로, 각성·쓴맛 등의 생리활성을 가지는 성분을 말합니다. 온도가 낮으면 용해 속도는 느리지만, 추출 시간이 길어지면 카페인이 충분히 녹아 나올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일부 콜드브루 제품의 카페인 함량이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높게 나타난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맥락이 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콜드브루 상당수는 원액 형태로 판매됩니다. 카페인 검사가 희석 전 원액 기준으로 측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한 잔 분량으로 희석해서 마셨을 때의 카페인과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원액과 아메리카노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안 되는 것처럼, 콜드브루도 희석 후 기준 정보가 함께 제공되어야 소비자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아직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나은가

 

이 질문을 현장에서 수도 없이 받았습니다. 제 답은 항상 같았습니다.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의 차이라고요.

 

침출식 콜드브루는 재현성(Reproducibility)이 높습니다. 재현성이란 같은 조건에서 추출했을 때 동일한 결과를 안정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합니다. 대량 생산 환경이나 일관된 품질이 중요한 카페에서 강점을 발휘합니다. 반면 점적식 더치커피는 추출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지만, 그만큼 향미 층이 복합적이고 개성 있게 형성됩니다.

 

직접 수백 번 추출을 반복하면서 느낀 건, 결국 추출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커피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장비, 같은 원두를 사용해도 추출 원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만든 커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최근 콜드브루 시장도 마케팅 경쟁보다는 얼마나 일관된 품질을 재현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콜드브루와 더치커피를 단순히 "차가운 커피"로 묶어서 보기보다 각각의 추출 철학을 이해하고 선택한다면, 한 잔이 훨씬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다음에 카페에서 메뉴판을 볼 때 침출식인지 점적식인지 한 번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커피를 고르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National Coffee Association,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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