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커피54 과테말라 허니 프로세스 커피, 왜 단맛이 좋을까? 향미 특징과 가공 원리 과테말라 커피를 마시다 보면 같은 산지인데도 유난히 꿀이나 캐러멜처럼 부드러운 단맛이 느껴지는 커피가 있습니다. 여기에 잘 익은 과일을 연상시키는 향과 은은한 산미까지 겹치면 원두 설명에서 'Honey Process'라는 단어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과테말라 허니 프로세스 커피는 정말 꿀을 이용해서 만드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름에 Honey가 들어가지만 실제 꿀을 첨가하는 가공법은 아닙니다. 핵심은 커피 체리의 과육을 벗긴 다음 씨앗 주변에 있는 점액질인 뮤실리지(mucilage)를 어느 정도 남긴 상태에서 건조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이 과정의 설계에 따라 워시드와는 다른 단맛과 향미의 복합성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 핵심 포인트과테말라 허니 프로세스는 꿀.. 2026. 9. 1. 콜롬비아 우일라 핑크 버번 내추럴|식을수록 향이 살아났던 핸드드립 한 잔 저녁에 로스터리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콜롬비아 우일라에서 생산된 핑크 버번 내추럴. 처음 잔을 받았을 때부터 화사한 향이 인상적이었지만, 이 커피가 정말 놀라웠던 순간은 온도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잔을 들었는데 처음과는 또 다른 향이 올라왔다. 커피가 식으면 향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숨어 있던 향들이 하나씩 풀려 나오는 듯했다. 식으면 식을수록 더 인상적이었던 향 처음에는 밝고 화사한 과일 향이 먼저 느껴졌다.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산미와 단맛이 꽤 선명했고, 내추럴 커피 특유의 풍성함도 있었다. 그런데 온도가 내려갈수록 향의 폭이 더 넓어졌다. 화려한 과일 향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입안에만 머무르는 느낌.. 2026. 8. 28. 에스프레소 머신의 압력 9bar가 기준이 된 이유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볼 때마다 압력 게이지에 적힌 9 bar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의 머신 제조사가 이 수치를 기본값으로 잡고, 바리스타 교육 과정에서도 "9 bar가 표준"이라는 말을 당연하게 배우죠. 그런데 이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왜 하필 8도 10도 아닌 9인지 궁금해하신 적 있으신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9bar는 처음부터 정밀한 계산으로 나온 값이 아니라, 1940년대 기계 공학의 한계 속에서 우연히 자리 잡은 뒤 이후 과학적으로 검증된 결과물입니다. 오늘은 이 흥미로운 과정을 하나씩짚어보겠습니다. 스프링 피스톤이 만든 우연한 표준 에스프레소의 초기 형태는 1900년대 초 증기압 방식이었습니다. 압력이 1~2 bar 수준에 불과해서 물 온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추출된 .. 2026. 8. 27. 생두 밀도(Density) 측정 방법과 밀도에 따른 열량 공급 전략 로스팅을 오래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상황이 있습니다. 어제와 똑같이 세팅한 프로파일인데, 오늘 생두는 왠지 반응이 이상합니다. 옐로까지는 비슷하게 가는데 그 이후로 온도가 뭉그러지듯 답답하게 올라가거나, 반대로 초반부터 지나치게 빠르게 튀어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화력을 잘못 잡았나", "댐퍼 조작이 늦었나" 하고 제 조작 실수만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원인을 파고들다 보니, 진짜 변수는 화력 타이밍이 아니라 생두 자체의 밀도였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두 밀도,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 흔히 "이 생두는 밀도가 높다"는 말을 듣지만, 사실 로스팅 현장에서 쓰는 밀도는 원두 한 알 한 알의 순수한 밀도가 아닙니다. 용기에 생두를 부었을 때 생두들 사이 빈 공간까지 포함해서 무게를 .. 2026. 8. 27. 에티오피아 첼바 내추럴 예가체프 커핑 후기 (생두 분석, 로스팅, 추출) 한동안 에티오피아 내추럴 생두를 과소평가했습니다. "어차피 딸기 향 나는 거 아냐?"라고 가볍게 여겼다가, 에티오피아 첼바 내추럴 예가체프 G1을 처음 커핑했을 때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해발 1,900m 고지대에서 자란 이 생두는 밀도 777g/L, 수분율 12.3%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조직이 단단하고 향미 잠재력이 범상치 않습니다. 수천 번의 로스팅을 거쳐온 제 기준으로도, 이 생두는 다루는 방식에 따라 결과물의 편차가 유독 크게 벌어지는 타입이었습니다. 생두분석 에티오피아 첼바 내추럴 예가체프 G1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커핑 노트가 아니라 생두의 밀도와 수분율이었습니다. 밀도 777g/L라는 수치는 고지대 생두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서 생.. 2026. 8. 19. 하리오 V60 vs 칼리타 웨이브 드리퍼 비교 (드리퍼 구조, 추출 특성, 원두 선택) 드리퍼 모양이 맛을 바꾼다는 말에 반신반의 했습니다. 그냥 커피 거르는 깔때기 아닌가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같은 원두, 같은 분쇄도로 V60와 칼리타 웨이브를 번갈아 내려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두 드리퍼는 구조부터 다르고, 그 구조 차이가 추출 방식을 바꾸고, 결국 컵에 담기는 맛까지 달라집니다. 드리퍼 구조가 추출을 어떻게 바꾸는가V60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닥의 큰 구멍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드리퍼는 작은 구멍이 물 흐름을 어느 정도 잡아주는데, V60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큰 구멍 하나가 뻥 뚫려 있으니 물이 그냥 빠져나갈 것 같은데, 실제로 내려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유속을 결정하는 건 결국 분쇄도와 커피 베드, 그리고 제가 물을 붓는 방식이었습니.. 2026. 8. 18. 아이스 핸드드립(브루잉) 커피 (열역학 계산, 플래시 브루, 농도 설계) 한동안 아이스 핸드드립을 그냥 "핫드립을 얼음 위에 부으면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콜드브루 머신을 개발하고 원두를 볶으면서 깨달았습니다. 뜨거운 추출액이 얼음에 닿는 그 순간, 향미 성분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을요. 열역학 공식 하나가 커피 한 잔의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사실, 제 경험상 이건 과장이 전혀 아닙니다. 얼음은 몇 그램이 맞을까?아이스 핸드드립, 정식 명칭으로는 플래시 브루(Flash Brew)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플래시 브루란 뜨거운 물로 고농도 커피를 추출한 뒤 그 즉시 얼음으로 급랭 시켜 완성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콜드브루처럼 12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3분 안에 아이스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제가 처음 이 방식을 실험했을 때 가장 골머리를 앓은 부분은 얼.. 2026. 8. 16. 핸드드립 미분이 커피 맛을 텁텁하게 만드는 이유(입도분포, 투과성, 추출균일성) 한동안 텁텁한 커피의 원인을 분쇄도 하나로만 봤습니다. 굵게 갈면 해결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나중에 분쇄된 가루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문제가 평균 크기가 아니라 미분(Fines), 즉 분쇄 과정에서 함께 만들어지는 아주 작은 입자들에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미분은 단순히 작은 가루가 아니라, 커피층의 물 흐름 전체를 바꾸는 변수입니다. 입도분포가 만드는 불균일한 추출핸드드립용으로 700~900μm 크기의 입자를 목표로 분쇄하더라도, 그라인더는 그보다 훨씬 작은 입자를 동시에 만들어냅니다. 이게 미분(Fines)입니다. 연구에 따라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2024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Smrke, Eiermann & Yeretzia.. 2026. 8. 10. 원두 그라인더 날의 종류: 플랫 버 vs 코니컬 버 향미 차이 (입도분포, 미분, 향미차이) 2024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미분(fines) 비율이 달라지면 에스프레소 추출 거동 자체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결과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그러면 그렇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플랫 버냐 코니컬 버냐를 두고 맛 논쟁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실제로는 버의 이름보다 그 버가 만들어내는 입자 분포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버 구조보다 입도분포가 맛을 결정한다플랫 버(Flat Burr)와 코니컬 버(Conical Burr)의 구조적 차이는 분명합니다. 플랫 버는 마주 보는 두 원판 사이로 원두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이동하며 분쇄되고, 코니컬 버는 원뿔형 내부 벼와 링 형태의 외부 버 사이에서 원두가 중력 방향.. 2026. 8. 9. 에스프레소 25~30초의 비밀: 순차 추출 과학부터 원두별 레시피·SCA 기준까지 처음 커피를 배울 때 저도 솔직히 25~30초라는 숫자를 그냥 외웠습니다. '왜'는 모른 채 스톱워치만 들여다봤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매일 아침 머신 앞에서 테스트 샷을 뽑으며 직접 맛을 확인하다 보니, 이 짧은 시간 안에 커피의 향미가 순서대로 층층이 쌓인다는 사실을 몸으로 먼저 알게 됐습니다. 과학이 경험을 뒤에서 설명해 주는 구조였습니다. 25~30초에 숨은 순차추출의 과학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는 버튼 하나로 모든 성분이 한꺼번에 뽑혀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실제로는 분자 크기와 용해도에 따라 성분이 순서대로, 즉 순차추출(Sequential Extraction) 방식으로 빠져나옵니다. 여기서 순차추출이란 맛 성분이 한꺼번에 용해되는 것이 아니라 분자량이 작은.. 2026. 8. 8. 케냐 커피 품종 완벽 정리: SL28 SL34 Ruiru11 특징과 맛 비교 케냐 커피 생두 포대에 적힌 'SL28, SL34, Ruiru 11'이라는 표기를 처음 봤을 때, 저도 이게 등급인지 품종인지 헷갈렸습니다. 직접 로스팅하고 추출하면서 하나씩 부딪혀보니, 이 글자가 단순한 라벨이 아니라 케냐 커피 100년 역사의 압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품질과 생존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아온 케냐 커피 품종의 이야기, 지금부터 꺼내보겠습니다. SL계열이 케냐 커피의 얼굴이 된 배경 1930년대 영국 식민지 시절, 케냐의 스콧 연구소(Scott Agricultural Laboratories)는 건조한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아라비카 계통을 추려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SL28과 SL34입니다. SL28은 탄자니아 유래 품종에서 선별한 것으로, 가뭄 저.. 2026. 8. 4. 에티오피아 전통 품종(Heirloom)과 신품종(74110, 74158)의 향미 차이 꽤 오랫동안 '에티오피아 커피 = 에어룸(Heirloom)'이라는 공식에 의심 한 번 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커핑 세션에서 74158이라고 적힌 생두 샘플을 처음 받아 든 순간, 제가 그동안 얼마나 좁은 기준으로 에티오피아를 바라봤는지 단번에 깨달았습니다. 에어룸과 74시리즈 신품종 사이의 거리는, 그냥 조금 다른 향'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에어룸, 수백 년이 빚어낸 복잡함에티오피아 커피를 처음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단어가 에어룸(Heirloom)입니다. 에어룸이란 수백 년간 에티오피아 야생 숲에서 자연 교배를 거쳐 형성된 재래종 변종들의 집합체를 가리킵니다. 단일 품종이 아니라 수천 개의 유전적 변이체가 혼재하는 개념이라, 같은 '예가체프 에어룸'이라도 농장마다 향미의 결이 조금씩 다.. 2026. 8. 2.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