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2 UCC커피 본사 (고베 방문, 커피 아카데미, 박물관) 10여 년 전 일본행 비행기를 타면서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커피 추출에 관해 국내외 자료를 죄다 뒤졌고, 여러 교육도 받았는데 무언가 딱 1%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 1%를 찾아 고베(神戸)의 UCC Ueshima Coffee Co. 본사까지 날아간 것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제 커피 인생의 진짜 터닝포인트였습니다. 고베라는 도시, 그리고 UCC 본사에서 느낀 것 고베 포트아일랜드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커피 브랜드 본사라고 하면 왠지 따뜻하고 클래식한 카페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건 유리 외벽에 푸른 하늘이 반사되는, 미래도시 같은 건축물이었습니다. "왜 커피 회사가 이런 건물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고베는 메이지 시대 이후 서구 문물이.. 2026. 5. 24. 케멕스 드리퍼 (클린컵, 전용 필터, 브루잉 퍼포먼스) 처음 케멕스를 손에 쥐었을 때, 솔직히 이게 커피 도구인지 인테리어 소품인지 헷갈렸습니다. 유리 몸체에 나무 손잡이, 그리고 가죽 끈까지. 1941년에 독일 출신 화학자 피터 슐룸봄이 실험실 플라스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배경을 알고 나니, 그 생김새가 왜 그렇게 낯설면서도 단정한지 이해됐습니다. 이 글은 케멕스를 처음 써본 순간부터 카페에서 실제로 운영해 본 경험까지, 제가 직접 겪어보며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클린컵의 정체, 전용 필터가 만드는 맛 케멕스를 처음 사용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향의 분리감"이었습니다. 같은 에티오피아 워시드 원두를 V60으로 내렸을 때와 비교해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치 커피를 마신다기보다 잘 우려낸 홍차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2026. 5. 24. 넬드립 커피 (질감, 필터관리, 추출기술) 종이 필터로 내린 커피가 더 깔끔하고 좋은 거 아닌가요? 처음 융드립 커피를 접했을 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원두를 페이퍼드립과 융드립으로 나란히 내려 마셔보는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깔끔함과 부드러움은 생각보다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습니다. 플란넬 필터가 만들어내는 맛의 구조 융드립에서 "융"은 플란넬(flannel)을 뜻합니다. 플란넬이란 한쪽 또는 양쪽에 기모 처리된 면직물로, 표면에 잔털이 촘촘하게 형성된 천 소재를 말합니다. 이 기모 구조가 커피를 거르는 방식에서 종이 필터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종이 필터는 커피 오일 성분을 대부분 흡착해 버립니다. 그래서 페이퍼드립 커피는 산미가 또렷하고 투명감 있는 맛이 나는 반면, 오일에 담긴 단맛과 바디감은.. 2026. 5. 21. 하리오 V60 드리퍼 (소재 선택, 추출 방법, 커피 철학) 핸드드립 커피를 시작하려고 드리퍼를 고르다 보면 선택지가 너무 많아 결국 아무것도 못 고르고 검색창만 닫는 경험, 저도 해봤습니다. 그 많은 드리퍼 중에서 하리오 V60이 전 세계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여전히 기준이 되는 이유가 뭔지, 직접 써보고 배우며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 소재마다 커피 맛이 달라진다, 하리오 V60 종류 선택 입문자에게는 플라스틱 소재가 가장 낫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가격은 5,000원에서 12,000원 사이로 부담이 없고, 무게도 가볍고, 깨질 걱정도 없습니다. 처음엔 비싼 도구가 더 좋은 커피를 만들어줄 거라 기대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써보니 소재보다는 물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절하느냐가 훨씬 큰 변수였습니다. 도자기 .. 2026. 5. 21. 고지대 저지대 커피 비교 (생두밀도, 로스팅반응, 추출방식) 솔직히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고지대 커피가 왜 좋다는 건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해발 몇 미터, SHB 등급, 산미가 좋다는 말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는 몸으로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감각이 생긴 건 수년간 직접 로스팅 데이터를 쌓고, 콜드브루 추출을 반복하면서부터였습니다. 생두 밀도가 달라지면 로스팅 반응이 완전히 바뀐다 처음 에티오피아 고지대 워시드 생두를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한 무게감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이게 바로 생두 밀도의 차이입니다. 고지대는 기온이 낮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커피 체리가 천천히 숙성됩니다. 그 과정에서 세포 조직이 촘촘하게 형성되어 생두가 단단해집니다. 이런 생두를 업계에서는 SHB(Strictly Hard Bean)로 분류.. 2026. 5. 20. 스페셜티의 위기?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의 생산량 감소 원인과 향후 희소가치 에티오피아 워시드(Washed) 커피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생두를 받아 로스팅하면서 체감하는 변화는 단순한 수치 이상입니다. 같은 지역 이름을 달고 오는데 컵 퀄리티 편차가 커졌고, 무엇보다 워시드 물량 자체가 예전만 못합니다. 이게 왜 벌어지고 있는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설명과 실제 현장 경험을 함께 비교해 보겠습니다. 워시드 생산이 줄어드는 근본적인 이유 일반적으로 에티오피아 커피 생산 감소를 이야기할 때 "기후 변화" 한 마디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 경험상 이건 훨씬 복잡한 구조의 문제입니다. 워시드 가공의 핵심은 클린컵(Clean Cup)에 있습니다. 클린컵이란 잡미나 발효취 없이 생두 본연의 향미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 2026. 5. 20. 파나마 게이샤 커피 특징, 신의 커피라 불리는 배경과 향미 분석 및 콜드브루 활용법 2025년 파나마 Best of Panama 경매에서 게이샤 커피 1kg이 약 3만 달러, 한화로 4천만 원 수준에 낙찰되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도 잠시 멈췄습니다. 커피 한 잔 가격이 웬만한 중형 승용차보다 비쌀 수 있다는 사실이, 커피를 오래 연구해온 저에게도 여전히 묘한 감각으로 남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파나마로, 전설이 된 품종의 배경 일반적으로 파나마 게이샤라고 하면 파나마 토종 품종이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에티오피아의 Gesha 지역에서 발견된 품종입니다. 이후 중남미 전역으로 전파되었고, 파나마의 Hacienda La Esmeralda 농장에서 진짜 잠재력이 드러났습니다(출처: World Coffee Research). 2004년 Best of Panama .. 2026. 5. 18. 인도네시아 커피 (길링 바사, 산지별 특징, 로스팅 전망)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커피 생산국이며, 전체 생산량의 약 75%가 로부스타입니다. 처음 수마트라 만델링 생두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품질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색이 불균일하고 표면이 거칠었거든요. 그 오해가 풀리는 데는 첫 로스팅 한 배치면 충분했습니다. 길링 바사가 만들어낸 독보적인 향미 구조 인도네시아 커피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건 길링 바사(Giling Basah)라는 가공 방식입니다. 여기서 길링 바사란 수분이 높은 상태, 즉 파치먼트가 충분히 건조되기 전에 먼저 탈곡을 진행하는 웻 헐링(Wet Hulling) 방식을 가리킵니다. 일반적인 워시드(Washed) 가공은 생두를 충분히 건조한 뒤 파치먼트를 제거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고온다습한 기후에서는 그 순서가 뒤바뀝니다.이 과정을.. 2026. 5. 18. 과테말라 허니 프로세스 (점액질, 에어로스터기, 콜드브루) 처음 과테말라 허니 프로세스 생두를 받아 들었을 때 조금 당황했습니다.. 손에 묻어나는 끈적한 감촉과 달콤한 냄새. "이걸 어떻게 볶아야 하지?" 하는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수십 번의 실패와 수정을 거쳐 지금의 레시피에 이르렀고 그동안의 과정을 남기려 합니다. 점액질이 만들어내는 단맛의 비밀 허니 프로세스(Honey Process)란 커피 체리의 겉껍질을 벗겨낸 뒤, 알맹이를 감싸고 있는 점액질(Mucilage)을 씻어내지 않고 그대로 햇볕에 말리는 가공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커피 생두가 당분 가득한 막을 두른 채 건조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점액질의 당 성분이 생두 속으로 스며들어 특유의 꿀 같은 단맛과 묵직한 바디감이 형성됩니다. 일반적으로 워시드(Washed) 방식은 점액질을 물.. 2026. 5. 17. 과테말라 커피 (블렌딩, SHB등급, 안티구아) 처음 로스팅을 배울 때 솔직히 과테말라 원두가 그렇게 대단한지 잘 몰랐습니다. 에티오피아처럼 폭발적인 향도 없고, 케냐처럼 강렬한 산미도 없어서 처음엔 좀 밋밋하다고 느꼈으니까요. 그런데 직접 블렌딩을 설계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과테말라는 화려하지 않지만, 뺐을 때 비로소 그 존재감이 보이는 원두였습니다. 블렌딩에서 과테말라가 빠지면 안 되는 이유 과테말라 커피를 단순히 "초콜릿 맛 나는 커피" 정도로만 알고 계신 분들, 혹시 한 번쯤 블렌딩에서 빼보신 적 있으신가요?저의 경험으로는 과테말라를 빼는 순간 전체 맛이 흐트러지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특히 에스프레소용 블렌드를 만들 때 과테말라 베이스를 오래 테스트했는데, 그 결과가 가장 반응이 좋았습니다. 과테말라 특유의 카카오 향과 단맛이 얹.. 2026. 5. 17. 천연발효 깜빠뉴 (르방, 저온숙성, 크러스트) 천연발효빵이 몸에 좋다는 말, 정말 믿어도 될까요? 저도 처음엔 그 말을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직접 깜빠뉴를 수십 번 만들어보고 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르방의 상태, 발효 시간, 저온숙성의 깊이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르방과 저온숙성이 깜빠뉴의 맛을 결정하는 이유깜빠뉴를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개념이 르방(Levain)입니다. 르방이란 밀가루와 물을 일정 비율로 섞어 공기 중의 자연 효모와 유산균을 배양한 천연 발효종을 의미합니다. 상업용 이스트처럼 정해진 균주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미생물 생태계를 직접 키우는 개념에 가깝습니다.처음에는 "이스트 대신 쓰는 발효제 아닌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 2026. 5. 15. 콜롬비아 커피 (산지별 특징, 워시드 프로세스, 떼루아) 커피를 조금 깊이 파고들다 보면 결국 한 번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나라가 있습니다. 콜롬비아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무난한 커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두를 직접 테스트하고 로스팅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정교함이 있는 나라였습니다. 콜롬비아 커피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 산지별 특징 처음 콜롬비아 생두를 본격적으로 다뤄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생각보다 까다롭다"였습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처럼 향미가 튀어 오르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심심하게 느껴졌습니다.그런데 우일라(Huila) 지역 생두를 반복해서 로스팅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로스팅 중 디벨롭 타임을 조금만 조정해도 카라멜 계열의 단맛과 붉은 과일 산미가 안정적으.. 2026. 5. 14. 이전 1 ···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