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산지8 엘살바도르 커피 (화산토양, 파카마라, 균형미) 커피를 오래 다루다 보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왜 이 커피는 마실 때마다 편안한데, 설명하기가 어려울까?" 저도 처음엔 엘살바도르 커피 앞에서 그랬습니다. 화려하진 않은데 자꾸 손이 가는 커피. 20년 넘게 커피를 다뤄온 제가 오늘 그 이유를 풀어보려 합니다. 화산토양이 만드는 맛의 기반 솔직히 말하면, 처음 엘살바도르 커피를 접했을 때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처럼 꽃향기가 확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케냐 AA처럼 날카로운 산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로스팅을 거듭하면서 이 커피의 맛이 어디서 오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국토 전반에 화산 지형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땅에서 자란 커피나무는 화산재가 풍부한 토양에서 영양을 흡수합니다... 2026. 6. 8. 코스타리카 커피 (타라주, 허니 프로세스, 로스팅) 코스타리카는 생산량으로 커피 강국과 경쟁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 대신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꾸준히 프리미엄 가격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산지 중 하나입니다. 처음 타라주(Tarrazú) 생두를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한 밀도가 느껴졌습니다. 그 느낌이 컵 안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줄은 그때 예상하지 못했습니다.타라주에서 처음 느낀 것, 단맛이었습니다생두 로스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여러 산지를 거쳤지만, 코스타리카 타라주를 처음 로스팅했던 날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컵 테스트를 하는 순간, 오렌지 계열의 산미가 은은하게 올라오더니 뒤이어 브라운슈가 같은 달콤함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에티오피아처럼 화려하게 꽃향기가 터지거나, 케냐처럼 강렬한 산미가 치고 나오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 2026. 6. 7. 에콰도르 커피 (산지 특징, 시드라 품종, 갈라파고스) 에콰도르 커피가 국제 경매에서 kg당 수백 달러를 넘기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옆에 붙어 있는 나라인데, 왜 이제야 주목받는 걸까 싶었거든요. 직접 로스팅해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에콰도르 산지 특징: 다양한 미세기후가 만드는 힘에콰도르는 남미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지만, 국토 안에 놀라울 만큼 다양한 기후대가 공존합니다. 태평양 연안의 해안 지역, 안데스 산맥의 고지대, 아마존 유역, 그리고 갈라파고스 제도까지 네 가지 전혀 다른 환경이 한 나라 안에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미세기후(Microclimate)입니다. 미세기후란 좁은 지역 단위에서 주변과 뚜렷하게 다른 기후 조건이 형성되는.. 2026. 6. 4. 동티모르 커피 (커피 역사, 맛 특징, 산지 전망) 커피를 고르다가 늘 같은 산지만 손이 가는 분들 계시죠. 저도 한동안 에티오피아나 케냐만 로스팅하다가 어느 날 문득 "이 원두는 뭐지?" 싶었던 게 동티모르였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조용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산지인데, 막상 정보를 찾으려면 국내 자료가 많지 않아 답답하셨을 겁니다. 이 글에서 직접 로스팅하고 추출해 보며 알게 된 내용을 풀어보겠습니다. 포르투갈이 발견한 화산토, 그리고 세계 커피 역사를 바꾼 품종 동티모르에 커피가 들어온 건 1800년대 초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입니다. 화산성 토양과 고산 기후를 발견한 포르투갈이 커피 재배를 시작했고, 이후 커피는 백단향을 제치고 이 나라의 최대 수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동티모르가 커피 업계에서 진짜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2026. 6. 3. 베트남 커피 (로부스타, 핀 추출, 스페셜티) 전 세계 로부스타(Robusta) 생산량의 40% 이상이 단 한 나라에서 나옵니다. 바로 베트남입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됐습니다. "연유 커피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던 베트남이 사실은 전 세계 커피 가격을 움직이는 핵심 생산국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로부스타 강국 베트남, 그 묵직함의 정체 커피를 처음 공부할 때 에티오피아나 케냐 같은 아라비카(Arabica) 산지에만 눈이 갔습니다. 아라비카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품종으로, 화려한 꽃향기와 밝은 산미가 특징입니다. 자연스럽게 로부스타는 그냥 저렴한 블렌딩용 원료 정도로 취급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에스프레소 블렌드를 직접 테스트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로부스타를.. 2026. 6. 1. 르완다 커피 (재배 환경, 향미 특성, 활용법) 아프리카 커피라고 하면 에티오피아의 화려한 꽃향기나 케냐의 강렬한 산미를 떠올리지 않으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르완다 커피를 처음 로스팅했을 때, 그 고정관념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조용하지만 깊고,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커피. 르완다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천 개의 언덕이 만들어낸 재배 환경 르완다는 천 개의 언덕을 가진 나라(Land of a Thousand Hills)라는 별명답게 국토 대부분이 해발 1,400m 이상의 고지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커피 농장의 상당수는 1,500m에서 2,200m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고도가 르완다 커피의 품질을 결정짓는 첫 번째 열쇠입니다. 고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기온이 낮고 일교차가 커서 커피 체리의 성숙 속도가 느려집니다. 성숙이 .. 2026. 5. 3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