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말을 듣습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앞으로 아라비카 커피를 못 마시는 것 아닐까?” 단순한 과장처럼 들리지만,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몇십 년 뒤 아라비카 커피가 지구에서 갑자기 사라진다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주요 산지에서 아라비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온 상승뿐 아니라 가뭄, 강수 패턴 변화, 병해충, 건조한 공기까지 커피나무가 받는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아라비카 커피를 실제로 어디까지 바꿔놓을까요?

야생 아라비카는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곧바로 우리가 재배하고 마시는 모든 아라비카 커피의 멸종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더 현실적인 위험은 기존 재배지역 감소, 생산량 변동, 품질 변화, 재배 고도 상승, 생산비 증가입니다. 동시에 새로운 품종 개발과 재배지역 이동도 진행되고 있어 아라비카의 미래는 단순한 '멸종'보다 '변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아라비카(Coffea arabica)는 세계 커피 산업을 대표하는 종이지만 환경 변화에는 비교적 민감한 식물입니다.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 안내하는 아라비카의 적정 평균 온도 범위는 대략 18~23℃입니다.
문제는 평균기온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커피 산지에서는 폭염, 가뭄, 불규칙한 강수, 집중호우 등 여러 변화가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꽃이 피어야 할 시기에 비가 지나치게 늦게 오거나 반대로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많은 비가 내리면 개화와 열매 형성 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커피나무 입장에서는 연평균기온 숫자 하나보다 생육 과정에서 어떤 날씨를 경험하느냐가 훨씬 복잡한 문제인 셈입니다.
여기서는 반드시 야생 아라비카와 농장에서 재배되는 아라비카를 구분해야 합니다.
Royal Botanic Gardens, Kew에 따르면 야생 아라비카는 IUCN 적색목록에서 Endangered, 즉 멸종위기종으로 평가돼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산림 훼손이 주요 위협으로 지목됩니다.
Kew 연구진은 과거 기후 모델을 이용해 에티오피아와 남수단에 분포하는 야생 아라비카의 생존 가능성을 분석했습니다.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금세기 후반에 적합한 서식지가 극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2050년 또는 2080년에 카페에서 아라비카 커피를 주문할 수 없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친 해석입니다.
야생 아라비카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커피 산업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야생 개체군은 앞으로 고온, 가뭄, 병해충에 강한 새로운 품종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전적 다양성의 저장고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야생 아라비카의 감소는 당장 커피가 사라진다는 의미라기보다 미래의 커피 품종 개발 가능성이 줄어드는 문제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기후변화와 커피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숫자가 2050년까지 아라비카 재배 적합지역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World Coffee Research가 소개한 연구에서는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2050년 아라비카에 적합한 토지가 현재보다 상당히 감소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특히 브라질의 덥고 건조한 일부 생산지역처럼 이미 높은 온도 스트레스를 받는 곳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다만 모든 나라와 모든 산지가 똑같이 나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2024년 PLOS ONE에 발표된 에티오피아 연구에서는 기존 주요 생산지역 일부가 불리해지는 동시에 서쪽과 북서쪽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역의 기후 적합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나타났습니다.
즉 기후변화는 단순히 커피 재배 가능지역을 줄이는 현상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 자체를 이동시키는 현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변화 | 예상되는 영향 | 커피 산업의 대응 |
|---|---|---|
| 평균기온 상승 | 기존 저·중고도 산지의 열 스트레스 증가 | 고지대 이동, 내열성 품종 |
| 가뭄 증가 | 수분 스트레스와 생산량 변동 | 관개, 토양 관리, 그늘 재배 |
| 강수 패턴 변화 | 개화 및 열매 발달 불안정 | 농장별 기후 대응 관리 |
| 병해충 변화 | 재배 위험과 관리비용 증가 | 저항성 품종 개발 |
| 재배 적지 이동 | 기존 산지 감소와 신규 산지 등장 | 장기적인 산지 전환 |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생산량 못지않게 궁금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맛도 변할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커피의 품질은 품종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온도, 고도, 일교차, 강수량, 토양, 체리의 숙성 속도, 수확과 가공까지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합니다.
특히 온도가 상승하면 커피 체리의 성숙 속도와 나무가 받는 스트레스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특정 산지에서 만들어지던 향미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2년 Nature Food에 발표된 연구는 아라비카 생산량과 관련해 증기압차(VPD·Vapour Pressure Deficit)를 주목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공기가 식물에서 얼마나 강하게 수분을 빼앗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연구에서는 열매 발달기에 VPD가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생산성이 빠르게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미래 커피의 문제는 단순히 “더워진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기온과 토양 수분, 공기의 건조 정도가 함께 작용하는 문제입니다.
저는 아라비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보다 우리가 익숙하게 마셔온 산지와 품종의 맛을 지금과 같은 가격과 방식으로 만나기 어려워지는 변화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커피를 마시는 입장에서는 '멸종'이라는 단어보다 앞으로 어떤 산지가 살아남고, 어떤 품종과 재배 방식이 새롭게 자리 잡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더 흥미로운 부분일 것 같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커피 생산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 중 하나가 보다 서늘한 곳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는 커피 재배 적지가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기존에는 너무 추워 아라비카 재배가 어려웠던 지역이 미래에는 적합한 온도 조건을 갖출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 위로 계속 올라가면 된다는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 고지대에 충분한 농지가 존재해야 합니다.
- 자연림을 커피 농장으로 전환하면 또 다른 환경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토양과 강수량까지 커피 재배에 적합해야 합니다.
- 도로와 가공시설 등 생산 인프라도 필요합니다.
- 기존 농민이 새로운 토지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산지 이동은 생물학적인 문제뿐 아니라 토지, 경제, 지역사회가 함께 얽혀 있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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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커피 연구기관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World Coffee Research가 연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방향 중 하나가 F1 하이브리드입니다. 서로 유전적으로 거리가 있는 아라비카 계통을 교배해 생산성과 품질, 병해 저항성, 환경 적응력을 함께 확보하려는 방식입니다.
고온과 가뭄에 대한 내성이 높은 아라비카 품종을 찾고, 커피나무 위에 그늘을 만드는 나무를 함께 심는 아그로포레스트리(agroforestry) 방식도 중요한 적응 전략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늘나무는 농장의 미세기후를 조절해 커피나무가 받는 열 스트레스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지역과 강수량, 병해 환경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어 단순히 그늘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새로운 품종 개발, 그늘 재배, 토양 수분 관리, 관개, 산림 보전, 적절한 산지 이동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야생 커피종을 보존하는 것은 앞으로 더위와 가뭄에 강한 커피를 개발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아라비카 커피가 사라질까?”라는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은 당장 사라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생산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야생 아라비카는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평가되고 있고, 여러 연구에서 기존 아라비카 산지의 상당 부분이 앞으로 기후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변화에 적응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새로운 재배지역이 나타날 수 있고, 내열성과 내병성이 높은 품종 연구도 계속되고 있으며 농장 관리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라비카의 미래를 '사라짐'보다는 '이동과 변화'라는 단어로 보는 편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마시는 한 잔의 아라비카는 지금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더라도 품종과 산지, 재배 고도와 농법은 상당히 달라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기후변화는 커피 자체를 없애기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커피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Q. 2050년이면 아라비카 커피를 못 마시게 되나요?
현재 연구만으로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일부 연구에서 현재 아라비카 재배 적합지역의 큰 감소 가능성을 전망하지만 새로운 적합지역이 생기거나 품종과 재배기술을 통해 적응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Q. 아라비카는 이미 멸종위기종인가요?
야생 Coffea arabica는 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Endangered)로 평가되어 있습니다. 다만 전 세계 농장에서 재배되는 아라비카가 곧 멸종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Q. 로부스타는 기후변화에 안전한가요?
로부스타 역시 기후변화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아라비카보다 높은 온도에 적응하지만 극심한 고온과 가뭄, 강수 변화는 로부스타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기후변화 때문에 커피 가격도 오를 수 있나요?
기후는 커피 공급과 가격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국제 커피 가격은 기후뿐 아니라 생산량, 재고, 환율, 물류, 투기적 거래와 세계 수요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함께 받기 때문에 기후만으로 가격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 Royal Botanic Gardens, Kew – Arabica coffee (Coffea arabica), IUCN Red List 관련 자료
· Royal Botanic Gardens, Kew – Wild coffee species extinction risk research
· Davis et al. – The Impact of Climate Change on Indigenous Arabica Coffee, PLOS ONE (2012)
· Bunn et al. – Projected Shifts in Coffea arabica Suitability among Major Global Producing Regions Due to Climate Change, PLOS ONE (2015)
· Kath et al. – Vapour pressure deficit determines critical thresholds for global coffee production under climate change, Nature Food (2022)
· Adane – Analysis of current and future bioclimatic suitability for C. arabica production in Ethiopia, PLOS ONE (2024)
· World Coffee Research – Arabica climate suitability, F1 Hybrid Trials, Climate Change + Coffee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