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KONO) 드리퍼로 커피를 내리는데 평소처럼 가는 물줄기로 계속 푸어링 하면, 의외로 다른 원뿔형 드리퍼와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고노 드리퍼의 매력은 물을 많이 붓는 순간보다 초반에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점적식 추출에서 훨씬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잘 맞추면 산미와 향을 살리면서도 입안을 채우는 농도감과 단맛이 살아나고, 상당히 묵직한 커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융드립에서 느껴지는 진하고 둥근 질감을 좋아한다면 고노 드리퍼의 추출 속도를 일부러 늦춰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다만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이상 실제 융드립과 완전히 동일한 질감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고노 점적식의 핵심은 단순히 전체 추출 시간을 길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초반에는 점적 → 커피층이 충분히 젖은 뒤 가는 물줄기 → 후반부는 조금 빠르게.
즉 추출 전 구간을 느리게 끄는 것이 아니라 초반부에서 높은 농도의 커피를 만들어내고 후반부에서 농도와 수율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노 드리퍼를 이해하려면 먼저 내부 구조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원뿔 형태에 하단부를 중심으로 리브가 형성된 구조라서 커피층과 종이 필터가 밀착되는 영역이 생깁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물을 붓는 방식이 추출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특히 초반부터 많은 물을 부어 커피층 전체를 빠르게 통과시키는 것보다, 중앙을 중심으로 천천히 점적하면서 커피층을 적셔가는 방식을 사용하면 고노 특유의 추출법을 활용하기 좋습니다.
그래서 고노 점적식 추출에서 중요한 것은 드리퍼만이 아닙니다.
- 물을 얼마나 천천히 공급하는지
- 처음 어느 범위까지 적시는지
- 언제 점적에서 연속적인 물줄기로 전환하는지
- 분쇄도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는지
- 후반부 추출을 어디에서 끝내는지
이 다섯 가지가 컵의 농도와 질감을 크게 좌우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진한 맛과 바디감은 완전히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커피를 진하게 추출하면 입안에서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바디가 증가한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질감에는 용해된 고형분뿐 아니라 미세 입자와 오일 성분, 필터의 여과 특성 등 여러 요소가 관여합니다.
이 때문에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고노 드립으로 융드립의 질감을 100% 복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에서도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커피는 여과되지 않은 방식에 비해 커피의 지질 성분이 상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종이 필터의 물리적 특성과 기공 구조 역시 커피 성분이 최종 음료로 이동하는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고노로 융드립을 그대로 재현한다"가 아니라,
점적식 추출로 초반 농도와 단맛을 충분히 확보해 융드립을 연상시키는 묵직하고 둥근 컵을 만든다.
이쪽이 실제 추출에서는 훨씬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다음 레시피는 절대적인 정답이라기보다 묵직한 바디와 단맛을 목표로 테스트하기 좋은 출발점입니다. 원두의 로스팅 정도와 그라인더에 따라 분쇄도와 온도는 반드시 조정해야 합니다.
| 항목 | 추천 시작점 | 조절 목적 |
|---|---|---|
| 원두 | 20g | 농도 확보가 쉬움 |
| 물 | 약 240~260g | 1:12~1:13 범위 |
| 분쇄 | 중간~중간보다 약간 굵게 | 긴 접촉시간의 과다추출 방지 |
| 물 온도 | 약 88~92℃부터 테스트 | 로스팅 정도에 따라 조정 |
| 초반 | 중앙부 점적 | 높은 농도와 충분한 적심 |
| 중반 | 가는 연속 물줄기 | 추출 범위 확대 |
| 후반 | 조금 빠른 푸어링 | 과도한 후반 추출 억제 |
먼저 종이 필터를 충분히 린싱하고 원두 20g을 넣습니다. 드리퍼를 가볍게 흔들어 커피층을 평평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40~60g의 물을 한 번에 붓는 일반적인 뜸 방식 대신, 커피층 중앙을 중심으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질 정도로 천천히 공급합니다.
처음에는 물방울이 커피에 흡수되면서 서버로 거의 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후 커피층이 충분히 포화되면 아래에서 아주 진한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구간을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커피층이 충분히 젖었다면 점적만 계속하지 말고 아주 가는 연속 물줄기로 바꿉니다. 중앙에서 시작해 필요한 범위까지 조금씩 확장합니다.
후반부에는 물줄기를 조금 키워 목표 추출량까지 가져갑니다. 20g 기준으로 최종 음료 또는 투입수 기준을 자신이 사용하는 레시피에 맞춰 일정하게 기록하면서 240~260g 부근부터 비교 테스트하면 좋습니다.
점적식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방울씩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 구간을 지나치게 느리게 끌면 원두에 따라 후반부의 거친 쓴맛과 떫은 느낌이 증가하면서, 우리가 원했던 부드러운 묵직함이 아니라 답답한 무거움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적식의 포인트를 '추출시간 연장'보다 '초반 물 공급 속도 제어'라는 관점으로 보는 편을 권합니다.
초반에는 적은 양의 물을 천천히 공급해 커피층을 포화시키고, 충분히 젖은 이후에는 물 공급량을 단계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컵에서는 이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초반 점적이 적절할 때 : 농도감, 단맛, 둥근 질감이 살아나기 쉽습니다.
- 처음부터 물을 많이 부을 때 : 보다 가볍고 깨끗한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 끝까지 지나치게 느릴 때 : 쓴맛과 건조한 후미가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버에 처음 떨어지는 커피의 색과 농도를 한번 관찰해 보세요.
초반에는 매우 진하고 점성이 있어 보이는 액체가 떨어지다가 물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점차 옅어집니다. 이 변화를 관찰하면 단순히 타이머만 보는 것보다 추출의 흐름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점적식을 처음 시도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기존 핸드드립 분쇄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추출시간만 길게 만드는 것입니다.
점적은 초반부의 물 공급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커피와 물의 접촉 조건이 달라집니다. 기존 레시피에서 이미 추출이 충분히 이루어지는 가는 분쇄도를 사용한다면 커피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분쇄도를 한두 단계 굵게 이동시키면서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온도 역시 무조건 높일 필요는 없습니다. 중강배전이나 강배전처럼 용해가 빠른 원두라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부터 시작하고, 라이트 로스트라면 더 높은 온도를 시험하면서 부족한 추출을 보완하는 방식이 합리적입니다.
| 컵의 상태 | 먼저 조절할 변수 | 조절 방향 |
|---|---|---|
| 쓰고 텁텁하다 | 분쇄도 | 조금 굵게 |
| 후미가 건조하다 | 후반 추출 | 더 빠르게 마무리 |
| 너무 진하고 답답하다 | 추출 비율 | 물의 비율 증가 |
| 묵직하지만 향이 약하다 | 점적 구간 | 초반 점적을 과도하게 끌지 않기 |
| 시고 속이 비어 있다 | 온도·분쇄도 | 온도 상승 또는 조금 더 곱게 |
점적식으로 추출했더니 분명 농도는 높은데 맛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추출시간 자체보다 어느 구간에서 시간이 길어졌는가입니다.
초반 점적 구간이 길어진 것과 후반부에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전체 시간이 길어진 것은 같은 4분 추출이라도 결과가 다릅니다.
특히 미분이 많거나 분쇄도가 너무 가늘면 후반부 유속이 급격하게 느려질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목표량을 맞추겠다고 계속 물을 공급하면 묵직한 단맛보다 떫고 건조한 후미가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점적식 레시피를 기록할 때는 전체 시간 하나만 적지 말고 점적 종료 시점, 연속 푸어링 전환 시점, 최종 추출 종료 시점을 따로 기록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원두를 사용하면서 점적 구간만 짧게 또는 길게 바꿔보면 무엇이 농도와 단맛에 영향을 주는지 훨씬 명확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고노 드리퍼로 묵직한 커피를 만들고 싶다면 단순히 천천히 내리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초반에는 중앙부를 중심으로 천천히 점적해 커피층을 충분히 적시고 농도 높은 추출액을 확보합니다. 이후에는 가는 물줄기로 전환하고, 후반부에는 유량을 증가시켜 불필요하게 추출이 길어지는 것을 막는 방식이 좋습니다.
그리고 융드립과 고노 페이퍼 드립의 차이도 기억해야 합니다. 융과 종이는 필터 소재 자체가 다르므로 고노 점적식으로 융드립의 모든 질감을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커피의 여과 방식에 따라 최종 음료에 포함되는 지질량에 큰 차이가 확인됩니다. 종이 필터를 사용한 커피는 비여과식이나 금속 필터 방식보다 지질 함량이 상당히 낮았고, 종이 필터의 특성과 분쇄 입자 크기도 여과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고노 점적식에서 노려야 할 것은 융 필터를 흉내 내는 것 자체가 아니라 고노의 유속과 물 공급을 이용해 농도, 단맛, 부드러운 질감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입니다.
한 번에 완벽한 레시피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원두로 분쇄도는 고정하고 초반 점적량만 바꿔보는 식의 비교 추출을 해보세요. 어느 지점부터 단맛이 증가하고,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답답한 쓴맛으로 바뀌는지 찾는 과정이 고노 드리퍼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1. KONO Coffee Syphon Co., Ltd. 공식 제품 자료 — KONO Meimon Dripper 제품군.
2. Rendón MY, Scholz MBDS, Bragagnolo N. Physical characteristics of the paper filter and low cafestol content filter coffee brews. Food Research International. 2018;108:280-285.
3. Rendón MY, Scholz MBDS, Bragagnolo N. Is cafestol retained on the paper filter in the preparation of filter coffee? Food Research International. 2017;100:798-803.
4. Ratnayake WM, Hollywood R, O'Grady E, Stavric B. Lipid content and composition of coffee brews prepared by different methods. Food and Chemical Toxicology. 1993;31(4):263-269.
※ 본문의 20g : 240~260g, 88~92℃ 등의 수치는 특정 제조사의 공식 표준 레시피를 의미하지 않으며, 묵직한 점적식 추출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작 범위입니다. 원두의 배전도와 그라인더에 따라 조정하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