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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로스팅 비결 (에어로스터기, 열풍로스팅, 기후변화)

by oz4832 2026. 7. 29.

실내 온도 37도. 에어컨도 없이 커피를 볶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저는 오늘 그 상황을 고스란히 겪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로스팅 작업 자체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끝났습니다.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에어로스터기 덕분이었습니다. 폭염 속 로스팅 현장 이야기와, 창밖을 보며 떠올린 기후 변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함께 나눠 봅니다.

 

 

손에 들고 있는 적외선 온도계 화면에 실내 온도 37.2℃와 표면 온도 36.9℃가 표시되어 있으며, 에어컨을 켜지 않은 카페 내부의 폭염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
폭염으로 실내 온도가 37.2℃까지 상승한 모습

 

드럼 로스터기의 찜질방, 그리고 에어로스터기 탄생까지

 

 

혹시 "여름에 커피 볶는 사람들은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작업하겠지"라고 생각하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한때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달랐습니다.

예전에 대용량 드럼 로스터기를 메인 장비로 쓰던 시절, 여름이 오는 게 정말 두려웠습니다. 드럼 로스터기란 회전하는 금속 드럼 안에 생두를 넣고 직화 또는 간접열로 볶아내는 방식의 장비입니다. 구조 특성상 드럼 외벽과 버너에서 사방으로 복사열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 열기가 작업실 전체를 순식간에 달궈버립니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써큘레이터까지 여러 대 돌려봤습니다만 역부족 이었습니다. 에어컨 바람이 실내로 나오는 즉시 드럼에서  나오는 고열에 묻혀버리는 겁니다. 작업실은 그야말로 숨쉬기조차 힘든 사우나나 다름없었고, 땀을 뻘뻘 흘리며 원두 배출 타이밍을 잡으려다 보면 정작 로스팅 퀄리티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작업 중에 불편하거나 비효율적인 부분이 눈에 띄면 밤을 새워서라도 원인을 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왜 여름마다 이 고생을 반복해야 하지?', '주변 열 방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원두 고유의 향미를 완벽하게 살릴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성 제품의 한계를 뼈저리게 직접 겪은 끝에, 제가 작업하기에 가장 쾌적하고 완벽한 머신을 직접 만들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렇게 지금의 에어로스터기가 탄생했습니다.

에어로스터기는 열풍(Hot Air)의 흐름을 이용해 생두를 공중에 띄우듯 대류시키며 고르게 볶아내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열풍 로스팅이란 고온의 공기를 강제로 순환시켜 생두 전체에 균일하게 열을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하는데, 드럼 방식과 달리 외벽에서 방출되는 복사열이 현저히 적어 작업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도 에어컨 설정 온도를 27도로만 맞춰두었는데도 충분히 쾌적하게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투명한 유리관 속에서 생두가 퐁퐁 튀어 오르며 달콤하고 고소한 로스팅 향을 내뿜는 모습을 보면, 어렵게 개발에 매달렸던 시간들이 비로소 보람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듭니다.

참고로, 로스팅 장비가 작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체감 온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로스터의 신체적 피로는 곧 커피 품질의 저하로 이어집니다. 댐퍼 조절이란 로스터기 내부의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로, 이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작업은 집중력이 분산되는 순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쾌적한 환경이 곧 좋은 커피의 전제 조건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 드럼 로스터기: 드럼 외벽과 버너의 복사열로 작업실 전체가 달궈짐
  • 에어로스터기: 열풍 대류 방식으로 외부 방출 열이 현저히 낮음
  • 댐퍼 조절 등 섬세한 작업은 쾌적한 환경에서만 집중력이 유지됨
  • 에어컨 27도 설정만으로도 여름철 로스팅 환경이 완전히 달라짐
요약: 드럼 로스터기의 극한 복사열을 직접 겪은 끝에 탄생한 에어로스터기는, 열풍 대류 방식으로 작업 환경과 로스팅 품질 모두를 바꿔놓았습니다.

 

퇴근 후 35도 거실, 기후 변화가 일상이 된 여름

 

로스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순간, 훅 끼쳐오는 열기가 얼굴을 덮쳤습니다. 실내 온도계는 35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낮 동안 달궈진 콘크리트 건물이 저녁이 돼도 좀처럼 식지 않는 이 현상, 혹시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것은 도시 열섬 효과(UHI, Urban Heat Island Effect)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도시 열섬 효과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심 지역이 주변 교외 지역보다 현저히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지구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이 효과는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제가 직접 오늘 측정한 오전 사무실 실내 온도 37.2도와 퇴근 후 거실 35도는 단순한 더위가 아니라, 이 도시 열섬 효과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기상청 기후 변화 감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간 꾸준히 상승해 왔으며 폭염 일수 역시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출처: 기상청 기후변화감시). 또한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년을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공식 기록했습니다(출처: 세계기상기구 WMO). 제가 오늘 몸으로 느낀 그 온도들이 단지 개인의 불쾌감이 아니라, 전 지구적 흐름의 일부라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에어컨 리모컨을 집어 들다가 문득 어릴 적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동네 큰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부채 바람 하나로도 참 시원했던 그 여름. 수박을 이웃과 나눠 먹으며 선선한 바람을 맞던 기억이, 요즘 들어 더욱 선명하고 간절하게 느껴집니다.

 

'지구가 매년 이렇게 뜨거워진다면, 우리 아이들이 맞이할 미래의 여름은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다음 세대에게 이 지구를 온전히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고 무겁게 다가옵니다. 거창한 환경 운동가가 아닐지라도, 지금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작업실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비를 선택하는 것. 제가 불편한 드럼 로스터기를 개선해 에어로스터기를 만들어냈듯이, 지구를 위한 개선도 결국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그 불편함을 기꺼이 마주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오늘 35도짜리 거실에서 조용히 다짐해 봤습니다.

 
요약: 도시 열섬 효과와 기후 변화는 오늘 제 체온으로 확인된 현실이었고, 그 더위 속에서 다음 세대를 향한 책임감을 다시 한번 새겼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에어로스터기는 드럼 로스터기랑 뭐가 다른 건가요?

A. 드럼 로스터기는 회전하는 금속 드럼에 직접 열을 가해 생두를 볶는 방식이고, 에어로스터기는 고온의 공기를 순환시켜 생두를 띄우듯 볶는 열풍 방식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가장 큰 차이는 작업 공간으로 방출되는 복사열의 양입니다. 드럼 방식은 장비 외벽 자체가 달궈지기 때문에 여름철 작업실이 그야말로 사우나가 되지만, 에어로스터기는 그 열 방출이 현저히 낮아 쾌적한 환경이 유지됩니다.

 

Q. 열풍 로스팅이 커피 맛에 영향을 주나요?

A. 네, 차이가 있습니다. 열풍 로스팅은 공기가 생두 전체를 균일하게 감싸며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편차 없이 고른 로스팅이 가능합니다. 제 경험상 드럼 방식에 비해 커피 고유의 깔끔하고 밝은 향미가 잘 살아나는 편입니다. 단, 로스팅 방식마다 추구하는 커피 스타일이 다를 수 있어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소형 에어로스터기로 상업용 로스팅도 가능한가요?

A. 배치(1회 투입)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제가 운영하는 오즈커피랩 기준으로는 소량 다품종의 주문 제작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대량 생산보다는 원두 프로파일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팅에 훨씬 잘 맞는 장비라고 생각합니다. 필요에 따라 장비를 여러 대 운용하는 방식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Q. 도시 열섬 효과가 커피 로스팅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A.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도시 열섬 효과로 건물 자체가 밤새 열을 품고 있으면, 아침에 작업실 문을 열 때부터 이미 실내 기온이 높은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에 로스터기 가동까지 더해지면 환경 제어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제가 오늘 측정한 에어컨 미가동 사무실 37.2도가 그 단적인 예입니다. 장비 선택부터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결론

폭염 속 로스팅을 마치고 나서, 오늘 하루 제가 느낀 건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든 끝에 만들어진 에어로스터기가 가장 극한의 환경에서도 제 편이 되어준다는 것. 또 하나는, 매년 한계를 경신하는 이 폭염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로스팅 환경을 개선해 더 나은 커피를 만들어온 것처럼, 이제는 제 작업 공간과 일상 속에서도 지구를 위한 작은 개선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선선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더운 날씨에도 좋은 커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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