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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는 왜 부드러울까? 뜨거운 커피와 다른 추출 원리

by 오즈커피랩 2026. 9. 20.

같은 원두로 만든 커피인데도 콜드브루를 마시면 유난히 부드럽고 둥글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산미의 날카로움은 줄어든 것 같고, 쓴맛도 뜨거운 커피와는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흔히 “찬물로 내리면 커피의 쓴맛과 산이 거의 추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추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콜드브루가 부드럽게 느껴지는 핵심은 찬물이 특별해서라기보다, 낮은 온도에서 커피 성분이 녹고 이동하는 속도와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원두라도 물의 온도가 바뀌면 컵 안에 만들어지는 화학적 조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얼음을 넣은 콜드브루와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를 비교한 모습
콜드브루와 뜨거운 커피는 추출 온도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가 생깁니다.
✔ 핵심 포인트

콜드브루와 뜨거운 커피의 가장 큰 차이는 단순히 '차갑다'는 것이 아니라 추출 온도와 시간입니다.

뜨거운 물에서는 여러 성분의 용해와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낮은 온도에서는 추출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래서 콜드브루는 긴 시간을 이용해 부족한 추출 속도를 보완합니다.

이 과정에서 산, 향기 성분, 쓴맛에 관여하는 물질 등이 같은 비율로 추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종적인 향미도 달라집니다.
1. 커피 추출에서 온도가 중요한 이유

 

커피 추출은 원두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성분을 물로 이동시키는 과정입니다.

 

볶은 커피를 분쇄한 뒤 물과 만나게 하면 유기산, 카페인, 당과 갈변 반응 생성물, 향미에 영향을 주는 여러 성분이 물속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모든 성분이 똑같은 속도로 빠져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물의 온도는 용해도와 확산, 커피 입자 내부로 물이 침투하고 성분이 빠져나오는 과정에 영향을 줍니다.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추출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래서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도 충분한 양의 커피 성분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낮은 온도의 물에서는 같은 과정이 훨씬 느리게 진행됩니다. 콜드브루가 몇 분이 아니라 몇 시간 단위의 추출을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 콜드브루는 왜 오랫동안 추출할까?

 

뜨거운 커피와 콜드브루를 이해할 때 온도와 시간은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온도가 높으면 추출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시간을 짧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낮은 온도에서는 추출 속도가 느려지므로 충분한 농도와 수율을 얻기 위해 접촉 시간을 길게 가져가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콜드브루 연구에서도 추출 온도가 높아질수록 추출 속도와 수율이 증가하고, 분쇄 입자가 작아져도 추출이 빨라지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구분 뜨거운 커피 콜드브루
주요 특징 높은 온도에서 빠른 추출 낮은 온도에서 느린 추출
추출 시간 상대적으로 짧음 상대적으로 김
성분 이동 속도 빠른 편 느린 편
적정산도 경향 상대적으로 높은 편 상대적으로 낮은 편
향미 인상 향과 산미가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음 둥글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음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콜드브루라고 해서 무조건 약하게 추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을 길게 하거나 분쇄도를 조절하고, 원두와 물의 비율을 높이면 상당히 진한 콜드브루 원액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낮은 온도는 추출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추출의 속도와 성분 조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입니다.

3. 정말 콜드브루는 산도가 낮을까?

 

콜드브루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콜드브루는 뜨거운 커피보다 산성이 훨씬 낮다.”

 

이 문장은 조금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의 산도를 이야기할 때는 pH와 적정산도(Titratable Acidity)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Rao와 Fuller가 2018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여러 산지의 커피를 비교했을 때 콜드브루와 뜨거운 커피의 pH가 대략 4.85~5.13 범위로 서로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커피에서는 콜드브루보다 적정산도가 높게 측정됐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뜨거운 추출 커피의 적정산도가 콜드브루보다 높은 경향이 보고됐습니다.

 

✔ pH와 적정산도는 다릅니다

pH는 용액 속 수소이온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이고, 적정산도는 중화에 필요한 염기의 양을 이용해 음료에 존재하는 산의 전체적인 양과 특성을 살펴보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콜드브루의 pH가 무조건 훨씬 높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뜨거운 추출보다 적정산도가 낮게 나타나는 연구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이 차이는 실제 맛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커피의 산미는 pH 숫자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원두의 품종과 산지, 가공 방식, 로스팅, 농도, 추출 조건과 향기 성분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4. 그렇다면 부드러운 맛은 어디에서 오는가?

 

콜드브루의 '부드러움'을 단순히 산이 적어서라고 설명하면 절반만 설명한 셈입니다.

 

연구들을 보면 추출 온도가 달라질 때 커피에 존재하는 여러 비휘발성 성분과 휘발성 향기 성분의 추출 양상이 함께 달라집니다. 특히 뜨거운 추출은 높은 온도 덕분에 다양한 성분을 빠르게 추출하며, 콜드브루에서는 상대적으로 추출되기 어려운 성분도 존재합니다.

 

관능평가에서도 차이가 관찰됩니다. 동일한 농도와 음용 온도 조건을 맞춰 비교한 연구에서는 높은 온도에서 추출한 커피에서 쓴맛과 신맛이 더 강하게 평가되고, 낮은 온도에서 추출한 커피에서는 일부 향미 특성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부드러움은 한 가지 물질이 만들어내는 맛이 아닙니다.

  • 낮은 온도에서 달라지는 추출 속도
  •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수 있는 적정산도
  • 쓴맛과 산미의 감각적 강도 변화
  • 휘발성·비휘발성 성분 조성의 차이
  • 원두와 물의 비율 및 최종 음료 농도
  • 차가운 음용 온도에서 달라지는 향미 인지

이런 요소들이 겹치면서 콜드브루 특유의 둥글고 편안한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콜드브루 숙성 기간에 따른 맛의 변화|가장 맛있는 골든 타임은? 읽어보기 →
5. 콜드브루는 카페인도 적을까?

 

콜드브루와 관련된 또 하나의 오해가 있습니다. 찬물로 천천히 추출하니 카페인도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콜드브루라는 이유만으로 카페인이 적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카페인의 양은 온도뿐 아니라 원두 사용량, 물의 양, 분쇄도, 추출 시간, 추출 방식과 희석 비율의 영향을 받습니다. 콜드브루는 긴 시간 동안 추출하고 원액 제조 시 높은 원두 대 물 비율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당한 카페인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콜드드립 방식이 높은 카페인 농도를 보인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카페인을 비교하려면 '콜드브루냐 뜨거운 커피냐'보다 최종 한 잔에 사용된 원두량과 추출·희석 조건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6. 맛있는 콜드브루를 만드는 변수

 

콜드브루의 원리를 이해하면 레시피를 볼 때도 생각이 달라집니다. 단순히 “몇 시간 우려야 한다”는 숫자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 변수를 함께 봐야 합니다.

  • 원두와 물의 비율 : 최종 농도와 추출 환경에 영향을 줍니다.
  • 분쇄도 : 입자가 작아지면 일반적으로 추출 속도가 빨라집니다.
  • 물의 온도 : 추출 속도와 최종 성분 조성에 영향을 줍니다.
  • 추출 시간 : 낮은 온도에서 부족한 추출 속도를 보완하는 핵심 변수입니다.
  • 로스팅 정도 : 원두 내부의 화학적 조성과 추출되는 향미에 영향을 줍니다.
  • 추출 방식 : 침지식과 점적식은 같은 저온 추출이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시간만 무작정 늘리는 것이 좋은 콜드브루를 만드는 방법은 아닙니다. 분쇄도가 가늘거나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면 같은 시간에도 추출 정도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콜드브루 레시피를 조정할 때는 시간 하나만 바꾸기보다 원두량, 물의 양, 분쇄도, 온도를 기록하면서 한 변수씩 조정하는 방식이 훨씬 정확합니다.

✔ 추출을 이해하는 간단한 공식

콜드브루를 이해할 때는 낮은 온도 → 느린 추출 → 긴 시간으로 보완이라는 흐름부터 기억하면 쉽습니다.

하지만 긴 시간이 높은 온도와 완전히 같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온도에 따라 각 성분의 용해와 이동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추출수율에 가까워져도 향미 조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7. 결국 온도가 추출의 방향을 바꾼다

 

콜드브루가 부드러운 이유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낮은 온도에서 커피 성분이 뜨거운 물과 다른 속도와 양상으로 추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은 짧은 시간에 다양한 커피 성분을 빠르게 끌어냅니다. 반면 콜드브루는 낮은 온도로 인해 느려진 추출을 긴 시간으로 보완합니다. 그 과정에서 산, 쓴맛 관련 성분과 향기 성분 등의 균형이 달라지고 우리가 느끼는 향미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는 꼭 기억할 만합니다. 콜드브루의 부드러움을 단순히 “산이 거의 없어서”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pH만 보면 뜨거운 커피와 큰 차이가 없었던 연구도 있습니다. 대신 적정산도와 여러 화학 성분의 추출 양상, 관능적인 신맛과 쓴맛 등에서 차이가 나타납니다.

 

결국 콜드브루는 단순히 '차갑게 만든 커피'가 아닙니다. 온도와 시간을 이용해 커피에서 어떤 성분을 어느 속도로 끌어낼 것인지 달리한 하나의 추출 방식입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원두에 맞춰 콜드브루 레시피를 조정하는 것도 훨씬 쉬워집니다.

 

참고 자료 및 연구

1. Rao, N.Z. & Fuller, M. (2018). Acidity and Antioxidant Activity of Cold Brew Coffee. Scientific Reports, 8, 16030.

2. Fuller, M. & Rao, N.Z. (2017). The Effect of Time, Roasting Temperature, and Grind Size on Caffeine and Chlorogenic Acid Concentrations in Cold Brew Coffee. Scientific Reports, 7, 17979.

3. Córdoba, N. et al. (2021). Chemical and sensory evaluation of cold brew coffees using different roasting profiles and brewing methods. Food Research International, 141, 110141.

4. Córdoba, N. et al. (2021). Specialty and regular coffee bean quality for cold and hot brewing: Evaluation of sensory profile and physicochemical characteristics. LWT, 145, 111363.

5. Rao, N.Z. et al. (2020). Physiochemical Characteristics of Hot and Cold Brew Coffee Chemistry: The Effects of Roast Level and Brewing Temperature on Compound Extraction. Foods, 9(7),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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