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원두를 같은 비율로 추출했는데도 콜드브루가 어떤 날은 유난히 맑고 산뜻하고, 어떤 날은 묵직하면서 입안에 여운이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보통 이런 차이가 생기면 원두나 분쇄도, 추출시간부터 확인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마지막 단계인 콜드브루 필터와 여과 방식도 컵의 인상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특히 종이필터와 스테인리스 메쉬필터는 단순히 커피 찌꺼기를 거르는 도구로만 볼 수 없습니다. 최종 음료에 남는 미세입자와 오일, 부유물의 양이 달라지고, 그 결과 우리가 느끼는 투명도와 바디, 후미의 인상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이필터 → 미분과 지질 성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줄여 깔끔하고 맑은 인상을 만들기 쉽습니다.
메쉬필터 → 종이보다 미세입자와 오일 성분을 더 통과시키는 경향이 있어 질감과 바디가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단 여과 → 굵은 입자를 먼저 제거한 뒤 더 미세하게 여과하는 방식으로, 탁도와 침전물을 줄이면서 원하는 질감을 조절하기 좋습니다.
다만 필터 하나만으로 맛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두, 로스팅, 분쇄도, 추출농도, 온도와 시간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콜드브루에서 추출과 여과는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출은 물이 원두에서 여러 성분을 녹여내는 과정이고, 여과는 추출이 끝난 액체에서 커피 입자와 부유물 등을 분리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추출이 끝났다고 해서 최종적인 맛의 인상이 완전히 결정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추출액이라도 마지막에 어떤 필터를 거치느냐에 따라 탁도, 미분량, 오일의 양과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커피의 여과 방법에 관한 연구를 보면 종이필터를 통과한 커피와 금속 필터를 사용한 커피의 지질 함량에는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이 차이는 콜드브루에서도 생각해 볼 만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깔끔하다’, ‘묵직하다’, ‘입안에 코팅되는 느낌이 있다’와 같은 표현에는 맛과 향뿐 아니라 물리적인 질감도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종이필터의 가장 큰 특징은 아주 작은 커피 입자를 효과적으로 잡아준다는 점입니다.
금속 메쉬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미분도 종이를 한 번 더 통과시키면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실제 콜드브루 연구에서도 스테인리스 필터로 1차 여과한 뒤 종이필터로 다시 걸러 미세입자를 제거하는 방법이 사용된 사례가 있습니다.
종이는 지질 성분의 이동에도 영향을 줍니다. 과거 커피 여과 연구에서는 종이필터 커피가 금속 스크린을 통과한 커피보다 최종 음료의 지질 함량이 훨씬 낮게 측정됐습니다.
이 때문에 종이필터로 마무리한 콜드브루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눈으로 보았을 때 비교적 맑은 외관
- 혀에 남는 미세한 입자감 감소
-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감
- 맛의 경계가 선명하게 느껴지는 경향
- 깔끔한 후미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종이필터가 일부 지질과 미세입자를 줄이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특정 향미를 일괄적으로 없앤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입안을 덮는 오일과 미분이 줄면서 산미나 플로럴·과일 계열의 특징이 상대적으로 더 또렷하게 인식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 필터 커피 연구에서도 종이필터와 금속필터 방식 사이에 관능적·휘발성 성분 프로파일 차이가 관찰됐습니다.
스테인리스 메쉬필터는 관리가 편하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어 콜드브루 장비에서 흔히 사용됩니다.
하지만 메쉬의 구멍보다 작은 입자는 필터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분쇄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미분은 추출액과 함께 빠져나와 최종 원액에 남을 수 있습니다.
종이필터와 비교하면 지질 성분 역시 상대적으로 많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혀에서는 두께감, 점성, 코팅감, 긴 여운처럼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메쉬 여과 콜드브루를 마시면 종이필터 방식보다 진하고 묵직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묵직하다 = 농도가 높다’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두 음료의 용존 고형분 농도가 비슷하더라도 미세입자와 오일의 양이 다르면 입에서 느끼는 질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농도와 바디감은 서로 관련이 있지만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 비교 항목 | 종이필터 | 메쉬필터 |
|---|---|---|
| 미세입자 | 적게 남는 편 | 상대적으로 많이 남을 수 있음 |
| 커피 오일 | 상대적으로 감소 | 상대적으로 많이 통과 |
| 외관 | 맑고 투명한 편 | 탁도가 높아질 수 있음 |
| 질감 | 깔끔하고 가벼운 편 | 풍부하고 묵직한 편 |
| 향미 인상 | 선명하고 정돈된 방향 | 풍부하고 둥근 방향 |
| 후미 | 비교적 깔끔 | 입안에 길게 남을 수 있음 |
| 침전물 관리 | 유리 | 메쉬 크기에 따라 침전 가능 |
이 표에서 어느 한쪽이 더 우수하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산뜻한 산미와 플로럴 향이 특징인 라이트 로스트 싱글오리진이라면 종이필터의 깔끔한 질감이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초콜릿, 견과류, 캐러멜 계열의 향미와 묵직한 질감을 살리고 싶다면 메쉬 여과가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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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를 한 번에 아주 촘촘한 필터로 거르는 대신 굵은 여과 → 중간 여과 → 미세 여과처럼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른바 다단 여과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차에서 굵은 커피 입자를 메쉬로 제거하고, 이후 더 촘촘한 필터 또는 종이필터를 이용해 미분을 줄이는 식입니다.
실제로 학술 연구에서도 콜드브루를 스테인리스 필터로 먼저 거른 뒤 종이필터로 재여과해 미세입자를 제거한 방법이 사용됐습니다.
다단 여과의 장점은 단순히 ‘더 깨끗하게 거른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최종 여과 수준을 어디까지 가져갈지 조절하면서 원하는 질감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1차 여과 → 굵은 커피 입자 제거
2차 여과 → 미세입자와 부유물 감소
최종 여과 → 원하는 탁도와 질감으로 조정
여과 단계를 늘린다고 무조건 맛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목표는 ‘최대한 많이 거르기’가 아니라 원하는 컵 프로파일에 맞춰 필요한 만큼 거르는 것입니다.
특히 많은 양의 콜드브루를 처리한다면 처음부터 종이필터에 모든 찌꺼기를 붓는 것보다 굵은 입자를 먼저 제거하는 방식이 여과 공정을 운영하기 편할 수 있습니다.
종이필터가 미분으로 빠르게 막히는 현상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터를 고를 때는 ‘어떤 필터가 좋은가?’보다 ‘어떤 콜드브루를 만들고 싶은가?’를 먼저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산뜻하고 투명한 스타일을 원한다면 종이필터가 유리합니다. 특히 블랙으로 차갑게 마시면서 원두의 산미와 향을 또렷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 시도해 볼 만합니다.
반대로 질감과 묵직함을 남기고 싶다면 메쉬필터가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우유와 섞는 콜드브루 라테나 묵직한 블렌드처럼 바디가 어느 정도 필요한 음료에서는 오일과 질감이 남는 방식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깔끔함과 바디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싶다면 다단 여과가 좋은 실험 방법입니다.
| 원하는 스타일 | 추천 여과 방향 | 기대되는 특징 |
|---|---|---|
| 클린컵 중심 | 종이필터 | 맑음, 깔끔한 후미 |
| 바디 중심 | 메쉬필터 | 오일감, 풍부한 질감 |
| 균형형 | 메쉬 + 추가 여과 | 바디와 깔끔함의 절충 |
| 침전 최소화 | 다단 + 종이 마무리 | 미분과 침전물 감소 |
필터 비교를 제대로 하려면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필터만 바꾸고 나머지 조건은 최대한 같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콜드브루의 관능 특성은 추출 온도와 시간 등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연구에서도 냉침 조건에 따라 쓴맛, 단맛, 신맛과 전체적인 풍미 강도에 차이가 나타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종이와 메쉬를 비교하면서 원두량이나 분쇄도까지 동시에 바꾸면 무엇 때문에 차이가 생겼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직접 비교한다면 다음 조건을 통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 같은 원두와 같은 로스팅 배치
- 동일한 분쇄도
- 동일한 커피와 물의 비율
- 동일한 물
- 동일한 추출시간과 온도
- 여과 방식만 변경
- 가능하면 같은 온도에서 시음
여기에 가능하다면 여과 전후의 무게와 TDS를 함께 기록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실제 시음에서는 향의 강도, 산미, 단맛, 쓴맛, 바디, 텍스처, 후미, 탁도를 각각 나눠 평가해보면 필터에 따른 차이를 훨씬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콜드브루에서 여과는 추출이 끝난 뒤 남은 찌꺼기를 제거하는 단순한 마무리 과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종이필터와 메쉬필터를 비교해 보면 최종 음료에 남는 미세입자와 지질, 탁도와 질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물리적인 차이는 우리가 느끼는 향미의 선명도와 바디, 후미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깔끔하고 맑은 콜드브루를 원한다면 종이필터, 풍부한 질감과 바디를 살리고 싶다면 메쉬필터라는 방향에서 출발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제품이나 매장 레시피를 개발한다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으로 끝내기보다 메쉬의 규격과 종이필터의 종류, 여과 단계까지 하나씩 바꿔가며 비교하는 편이 좋습니다.
결국 좋은 여과란 가장 많은 것을 제거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콜드브루의 질감과 향미를 남기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Q. 종이필터를 사용하면 콜드브루 맛이 연해지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종이필터는 미분과 일부 지질 성분을 줄이기 때문에 질감이 가벼워져 ‘연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것을 곧바로 추출농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Q. 메쉬가 촘촘할수록 무조건 좋은가요?
아닙니다. 촘촘한 메쉬는 미세입자를 줄이는 데 유리하지만 여과 속도와 막힘, 원하는 질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목표로 하는 컵 프로파일에 맞는 규격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Q. 메쉬필터 후 종이필터를 한 번 더 사용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실제 콜드브루 관련 연구에서도 스테인리스 필터 후 종이필터로 재여과해 미세입자를 제거한 방법이 사용됐습니다. 깔끔한 외관과 침전물 감소를 원한다면 실험해 볼 만한 방식입니다.
Q. 종이필터 종류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나요?
있을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종이필터의 공극 특성과 분쇄 입도가 최종 음료의 카페스톨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모든 종이필터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