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산지의 생두를 만지다 보면 봉투를 여는 순간부터 인상이 다른 커피가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커피 생두는 에티오피아나 중남미의 워시드 커피와 나란히 놓았을 때 색부터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한 녹색이나 황록색보다는 조금 더 짙고, 어떤 생두는 회녹색에 가까우면서 빛의 방향에 따라 묘하게 청록색이나 푸른 기운이 느껴집니다. 색도 균일하기보다는 얼룩덜룩한 경우가 있죠.
저도 여러 생두를 직접 다뤄보면서 인도네시아 계열을 볼 때 이런 색 차이를 종종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산지나 품종 차이인가 싶지만, 가공 과정을 들여다보면 꽤 흥미로운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생두의 청록빛을 단순히 품종의 색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웻헐링(Wet Hulling, 인도네시아어 Giling Basah)처럼 수분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파치먼트를 벗기는 독특한 가공 방식과 이후의 건조 과정이 생두의 외관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모든 인도네시아 생두가 청록색인 것도 아니고, 청록색 자체가 곧 웻헐링의 증거인 것도 아닙니다. 품종, 발효, 수분, 침지, 건조와 보관 조건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Green Coffee Bean'이라는 이름 때문에 생두는 모두 선명한 초록색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두를 보면 색의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푸른 기운이 도는 녹색부터 회녹색, 연두색, 황록색, 베이지색에 가까운 것까지 다양합니다. 국제적인 생두 색 분류에서도 bluish, greenish, whitish, yellowish, brownish처럼 여러 색조가 구분됩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하나가 아닙니다. 품종과 재배 환경, 수확 후 가공 방식, 발효와 세척, 건조 정도, 수분 상태, 저장 기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생두의 가공 방식에 따라 색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습식 발효와 건식 발효가 생두 표면의 색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가공 과정 자체가 생두의 외관을 결정하는 변수라는 뜻입니다.
인도네시아 커피를 이해하려면 웻헐링(Wet Hulling)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현지에서는 흔히 길링 바사(Giling Basah)라고 부릅니다.
이름 때문에 일반적인 워시드 프로세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파치먼트를 벗기는 시점입니다.
일반적인 워시드 커피는 파치먼트 상태로 충분히 건조한 다음 탈각합니다. 반면 전통적인 인도네시아 웻헐링에서는 커피가 아직 상당한 수분을 가진 반건조 상태일 때 파치먼트를 제거하고, 노출된 생두를 다시 건조하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 구분 | 일반적인 워시드 | 웻헐링 |
|---|---|---|
| 파치먼트 제거 | 충분한 건조 후 | 반건조 상태에서 비교적 일찍 |
| 탈각 시 생두 상태 | 상대적으로 단단함 | 수분이 많고 비교적 부드러움 |
| 탈각 이후 | 선별·보관 단계로 진행 | 노출된 생두를 추가 건조 |
| 외관 경향 | 녹색·황록색 등 | 짙은 녹색·청록·회녹색 계열이 나타나기도 함 |
전통적인 웻헐링 사례를 설명한 자료를 보면 파치먼트를 벗길 무렵 수분 함량이 약 20~24%인 사례가 소개됩니다. 일반적인 수출용 생두의 최종 수분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상태입니다.
이때 커피콩은 아직 부드럽고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탈각 과정에서 물리적인 영향도 더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파치먼트 없이 생두 자체가 외부 환경에 노출된 채 추가 건조됩니다.
많이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Wet Hulling의 특징은 단순히 물을 사용한다는 의미보다, 커피가 충분히 마르기 전에 파치먼트를 벗긴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 차이가 생두의 외관과 물리적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파치먼트를 일찍 벗기는 것과 생두의 푸른빛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커피 생두의 색은 단순한 표면 페인트 같은 것이 아닙니다. 수분 상태와 조직 내 성분, 가공 중 일어나는 생화학적 변화에 따라 우리가 보는 색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커피 가공 관련 연구에서는 물에 담그는 soaking 과정이 생두를 보다 균일한 dark blue-green 계열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색 변화는 클로로겐산 계열 반응과 관련된 가수분해 반응 가능성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생두 자체가 가진 폴리페놀계 성분과 푸른 색조의 연관성이 관찰됩니다. 즉 우리가 보는 청록빛을 단순히 '인도네시아 품종에 들어 있는 파란 색소'처럼 설명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웻헐링에서는 수분이 많이 남은 생두가 비교적 이른 단계부터 파치먼트 밖으로 노출되고 이후 다시 건조됩니다. 따라서 수분 이동, 조직의 변화, 건조 과정, 표면의 물리적 변화가 일반적인 워시드 커피와 다른 외관을 만드는 데 관여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실제로 생두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논문 속 색도값보다 두 생두를 나란히 놓았을 때 차이가 훨씬 직관적으로 느껴집니다.
중남미의 깨끗하게 가공된 워시드 생두를 보다가 수마트라 계열의 전형적인 웻헐링 생두를 보면 후자가 조금 더 어둡고, 회색과 녹색 사이에 푸른 기운이 섞여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생두를 받아 상태를 살필 때 색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표면의 질감과 색의 균일도, 센터컷 주변, 수분감이 주는 시각적인 인상을 함께 보는 편입니다. 인도네시아 생두는 이런 첫인상부터 다른 산지와 제법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모두 웻헐링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내추럴, 허니, 풀리 워시드 등 다양한 프로세싱이 사용됩니다. 실제로 아체 가요 지역의 커피 역시 서로 다른 체리 가공법에 따라 생두의 물리적·분광학적 특성이 달라지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커피 생두 가공방식 더 읽어보기 →
여기서 색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두가 푸르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커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반대로 노란 기운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품질이 낮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생두의 색은 품질을 살펴보는 여러 단서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가공 방식이 다르면 애초에 정상적인 색의 범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가공 방식과 산지에 비추어 자연스러운 색인가
- 수분 상태와 보관 기간은 적절한가
- 색이 지나치게 불균일하거나 변색된 원두가 많은가
- 곰팡이·발효 결점 등 이상 징후는 없는가
- 결점두 비율과 밀도는 어떤가
- 실제 커핑에서 어떤 향미가 나타나는가
이런 요소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입니다.
특히 오래 보관한 생두의 색이 점차 바래는 현상과 처음부터 가공 특성으로 나타나는 회녹색·청록색은 같은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색은 어디까지나 생두가 지나온 과정을 추적하는 하나의 단서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푸르다 = 신선하다 = 무조건 좋다'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산지와 품종, 프로세싱, 수분, 보관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로스팅과 커핑 결과까지 연결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입장에서는 색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실제 열 반응입니다.
다만 여기에서도 '웻헐링이니까 무조건 이렇게 볶아야 한다'는 공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같은 인도네시아 커피라도 밀도와 수분, 수분활성도, 스크린 사이즈, 보관 상태가 다르고 로스터의 열전달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실제 생두를 만질 때도 산지명만 보고 프로파일을 결정하기보다는 생두의 외관과 밀도감, 수분 상태를 먼저 살피고 초반 열 반응과 색 변화를 확인하면서 조정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특히 웻헐링 계열은 생두 외관이 익숙한 워시드와 다르기 때문에 색만 보고 기존의 기준을 그대로 대입하면 오히려 판단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결국 로스터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인도네시아니까'가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생두가 열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입니다.
이 지점이 인도네시아 커피의 재미이기도 합니다. 생두 단계에서 보이던 독특한 흔적이 로스팅을 거쳐 흙내음, 허브, 스파이스, 묵직한 질감 같은 전통적인 이미지로 이어지기도 하고, 최근의 정교한 가공 커피에서는 예상보다 깨끗하고 밝은 산미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 커피 생두의 독특한 청록빛은 단순히 '인도네시아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특히 수마트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발전해 온 웻헐링, 즉 길링 바사는 생두가 아직 수분을 많이 가진 시점에 파치먼트를 제거하고 다시 건조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워시드 방식과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에 발효와 침지, 건조 조건, 품종과 저장 상태까지 더해지면서 우리가 생두에서 보는 녹색·회녹색·청록색의 미묘한 차이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인도네시아 생두의 색을 볼 때 단순히 '색이 특이하다'에서 끝내기보다 그 생두가 어떤 방식으로 가공되고 건조되어 지금 이 모습이 되었는지를 같이 생각해 보는 편입니다.
커피를 오래 들여다볼수록 생두의 색도 하나의 기록처럼 보입니다. 한 알의 커피가 산지에서 수확된 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로스터 앞에 도착하기까지 남겨진 작은 흔적인 셈입니다.
1. Processes, 2021, 9(11), 2040. The Analysis of Chlorogenic Acid and Caffeine Content and Its Correlation with Coffee Bean Color under Different Roasting Degree and Sources of Coffee.
2. Beverages, 2016, 2(3), 19. Challenges in Specialty Coffee Processing and Quality Assurance.
3. Foods, 2023, 12(23), 4302. The Authentication of Gayo Arabica Green Coffee Beans with Different Cherry Processing Methods Using Portable LED-Based Fluorescence Spectroscopy and Chemometrics Analysis.
4. Foods, 2022, 11(20), 3244. Extraction, Isolation and Nutritional Quality of Coffee Protein.
5. Perfect Daily Grind. Indonesian Wet Hulled Coffee: Your One-Stop Guide.
※ 웻헐링 공정의 수분 수치 등은 생산자·지역·공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특정 수치를 모든 인도네시아 커피에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