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을 하다 보면 꽤 흥미로운 상황을 만납니다. 같은 생두를 사용하고 배출온도까지 똑같이 맞췄는데 컵에서는 전혀 다른 인상이 나오는 경우입니다.
한쪽은 산미가 선명하고 향이 살아 있는데, 다른 쪽은 단맛과 바디가 더 강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같은 배출온도인데도 한쪽에서는 답답하거나 로스티 한 느낌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온도계 오차나 생두 컨디션을 의심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러 조건으로 로스팅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커피 로스팅에서 배출온도는 맛을 결정하는 단독 변수가 아니라, 그 온도까지 어떤 경로로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값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같은 배출온도라고 해서 같은 로스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총 로스팅 시간, 1차 크랙 시점, 디벨롭먼트 시간, 열 투입 패턴, 에어플로와 드럼 회전 같은 변수가 달라지면 생두가 받은 열 이력도 달라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에서 배출했느냐보다 그 온도까지 어떻게 도달했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두 번의 로스팅을 모두 205℃에서 끝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 프로파일은 비교적 빠르게 열을 공급해 9분에 205℃에 도달했고, B 프로파일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진행해 11분에 같은 온도에 도달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최종 숫자는 똑같이 205℃입니다. 그러나 원두가 열에 노출된 시간과 각 구간을 통과한 속도는 전혀 다릅니다.
로스팅 과정에서는 수분이 빠져나가고 생두의 색이 변하며 수많은 향미 관련 화학반응이 진행됩니다. 따라서 마지막 온도
하나만으로 그 과정 전체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로스팅 연구에서도 로스트 컬러뿐 아니라 로스팅 시간의 차이가 관능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같은 배출온도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변수 가운데 하나가 총 로스팅 시간입니다.
같은 최종 온도에 도달하더라도 빠른 로스팅과 느린 로스팅은 원두가 경험하는 시간-온도 이력이 다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향미와 화학적 조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한 2020년 연구에서도 로스트 컬러가 향미를 설명하는 강한 변수였지만, 동일한 컬러에서도 시간 변화에 따라 향미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배출온도만 기록하는 것보다 투입부터 배출까지 걸린 시간과 주요 이벤트가 언제 발생했는지를 함께 기록하는 편이 훨씬 유용합니다.
① 총 로스팅 시간
② 터닝포인트와 주요 구간 진행 속도
③ 옐로우 시점
④ 1차 크랙 시작 시점
⑤ 크랙 이후 디벨롭먼트 시간
⑥ 화력 변경 시점
⑦ 에어플로 변경 시점
⑧ 최종 원두 색도와 중량감소율
같은 배출온도인데 맛이 다르다면 저는 특히 1차 크랙 이후의 진행 과정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에서도 이 구간의 중요성이 확인됩니다. 로스팅 조건과 향미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동일한 로스트 컬러 조건에서도 시간 차이가 향미에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1차 크랙 이전 시간보다 디벨롭먼트 시간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디벨롭먼트 시간이 짧은 프로파일이 상대적으로 과일향, 단맛, 산미 쪽으로 나타난 반면, 길어진 경우 로스티함과 견과·초콜릿 계열, 쓴맛 쪽으로 감각적 특성이 이동하는 결과가 관찰됐습니다.
즉 배출온도 205℃라는 숫자가 같더라도 한 로스팅은 1차 크랙 이후 빠르게 205℃에 도달하고, 다른 로스팅은 같은 구간에서 더 오랜 시간을 사용했다면 컵 프로파일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이 화력과 RoR(Rate of Rise, 온도 상승률)입니다.
배출온도가 같더라도 초반에 강한 에너지를 주고 후반에 적극적으로 줄인 프로파일과, 비교적 완만한 에너지로 길게 진행한 프로파일은 같은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RoR 숫자 하나만 따로 떼어 맛의 공식처럼 적용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로스터의 센서 위치와 구조, 배치량, 환경 등에 따라 기록되는 온도와 반응 특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로스팅을 볼 때도 특정 순간의 RoR 숫자 하나보다 전체 곡선의 흐름과 화력을 언제 변경했고 그 이후 원두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함께 보는 편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변수 | 같은 배출온도에서도 달라지는 부분 | 확인 포인트 |
|---|---|---|
| 총 로스팅 시간 | 열 노출 시간 | 투입~배출 시간 |
| 1차 크랙 시점 | 후반부 진행 구조 | FC 시작 시간 |
| 디벨롭먼트 | 향미와 로스티함의 균형 | FC 이후 시간과 진행 속도 |
| 화력 | 원두에 공급되는 에너지 흐름 | 가스 변경 시점 |
| RoR | 온도 상승 속도의 흐름 | 구간별 변화 |
| 에어플로 | 열 전달과 배기 환경 | 댐퍼·팬 설정 |
| 드럼 회전 | 원두 움직임과 열 전달 조건 | RPM과 배치량 |
로스팅을 배출온도 중심으로만 보면 놓치기 쉬운 변수가 에어플로와 드럼 회전입니다.
2022년 전문 로스터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초기 드럼 온도, 에어플로 개방 정도, 드럼 회전 속도, 연료 가스 증가 조건, 1차 크랙 이후 시간 등을 변화시키며 38개의 로스팅 프로파일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로스터 운용 변수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관능평가 사이에 관계가 나타났으며 특히 크랙 이후 시간이 주요 영향 변수로 확인됐습니다.
이 연구가 모든 로스터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메시지는 로스팅이 하나의 온도 변수만으로 결정되는 과정이 아니라 여러 운전 조건이 함께 작용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밀도가 높은 원두와 낮은 원두를 같은 방식으로 볶으면 안 되는 이유 함께 읽어보기 →
저 역시 처음에는 목표 배출온도를 상당히 중요한 기준으로 봤습니다. 물론 지금도 배출온도는 반드시 확인합니다. 다만 여러 조건을 바꿔가며 테스트하다 보니 같은 배출온도를 맞췄다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맛을 재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특히 제가 더 관심 있게 보는 것은 그 온도까지 어떤 흐름으로 올라갔는지, 1차 크랙 전후에 에너지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리고 배출 직전 원두가 어떤 상태에 도달했는지입니다.
실제로 같은 생두를 반복해서 로스팅하면 작은 프로파일 차이가 컵에서 의외로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로스팅 데이터를 볼 때 배출온도를 하나의 기준점으로 사용하되, 그것을 정답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온도, 시간, 화력, RoR, 크랙 시점, 디벨롭먼트, 배출 후 색도와 실제 컵 결과를 연결해서 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프로파일을 수정했다면 한 번에 여러 변수를 크게 바꾸기보다 한두 가지 조건을 통제하면서 컵의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이 원인을 파악하기 좋습니다.
“지난번에도 205℃에 배출했으니 이번에도 똑같겠지”보다는
“지난번 205℃까지 어떤 과정으로 도달했는가?”
를 확인하는 것이 실제 맛을 재현하는 데 훨씬 유용합니다.
배출온도는 분명 중요한 로스팅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배출온도가 같다는 사실만으로 두 로스팅이 같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총 로스팅 시간과 1차 크랙 시점, 디벨롭먼트, 열 투입 패턴과 RoR의 흐름, 에어플로 등 여러 조건이 함께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서도 동일한 로스트 컬러 조건에서 시간과 디벨롭먼트 변화가 향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결국 로스팅에서 중요한 질문은 “몇 도에 뺐는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온도까지 원두에 어떤 열 이력을 만들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로스팅을 반복할수록 하나의 숫자로 맛을 설명하기보다 프로파일 전체와 실제 컵을 함께 보는 쪽에 더 무게를 두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판단은 그래프가 아니라 컵에서 해야 합니다. 프로파일은 맛을 설명하고 다시 재현하기 위한 기록이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최종 결과는 숫자가 아니라 커피의 향과 맛이기 때문입니다.
Roasting Conditions and Coffee Flavor: A Multi-Study Empirical Investigation.
Beverages, 6(2), 29.
2. Alstrup J, Petersen MA, Larsen FH, Münchow M. (2020)
The Effect of Roast Development Time Modulations on the Sensory Profile and Chemical Composition of the Coffee Brew as Measured by NMR and DHS-GC–MS.
Beverages, 6(4), 70.
3. Catão AA et al. (2022)
Coffee-roasting variables associated with volatile organic profiles and sensory evaluation using multivariate analysis.
Applied Food Research, 2(2), 100223.
4. Anokye-Bempah L et al. (2024)
The effect of roast profiles on the dynamics of titratable acidity during coffee roasting.
Scientific Reports, 14, 8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