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만델링을 똑같이 로스팅하면 실패하는 이유|웻헐링 생두의 수분과 열전달

by 오즈커피랩 2026. 9. 11.

만델링을 처음 로스팅할 때 의외로 자주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평소 잘 사용하던 프로파일을 그대로 적용했는데도 초반에는 반응이 둔하고, 후반에는 갑자기 진행이 빨라지거나 표면이 거칠게 익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흔히 투입온도나 화력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 전에 살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만델링 생두가 어떤 방식으로 가공됐으며 현재 어떤 물리적 상태를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특히 수마트라 만델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웻헐링(Wet Hulling, Giling Basah)은 일반적인 워시드 커피와 파치먼트를 제거하는 시점 자체가 다릅니다. 이 차이는 생두의 수분과 구조에 영향을 주고, 결국 로스팅 과정에서 나타나는 열과 수분 이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만델링 생두의 수분과 로스팅 열전달
✔ 핵심 포인트

만델링 로스팅을 단순히 “수분이 많으니 화력을 더 준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실패하기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분율 하나가 아니라 수분의 이동, 생두의 밀도와 구조, 크기, 가공 방식까지 함께 보는 것입니다. 같은 로스터와 같은 프로파일이라도 생두의 물성이 달라지면 실제 원두 내부에서 진행되는 열전달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만델링은 왜 같은 프로파일에서 다르게 반응할까?

로스팅 프로파일을 복사한다는 것은 로스터의 설정값을 복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설정값이 생두 내부에서 같은 변화를 만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생두가 열을 받아 온도가 올라가는 동안에는 단순히 표면 온도만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열이 표면에서 내부로 이동하고 동시에 생두 속의 수분은 증발해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즉 커피 로스팅은 기본적으로 열전달과 물질전달이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커피 로스팅의 열·물질전달 모델을 다룬 연구에서도 원두 내부의 온도 변화와 수분 이동을 함께 고려합니다. 또한 로스팅이 진행되면서 수분, 밀도, 부피와 내부 구조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생두를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물체처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생두에서 성공했던 투입온도, 가스 압력, 댐퍼 설정과 시간을 만델링에 그대로 적용했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특히 만델링을 이해하려면 품종이나 산지만 보는 것보다 웻헐링이라는 후처리 방식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웻헐링은 일반 워시드와 무엇이 다른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웻헐링을 Giling Basah(길링 바사)라고 부릅니다. 수마트라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커피에서 널리 알려진 방식으로, 핵심은 파치먼트를 제거하는 시점입니다.

 

일반적인 워시드 커피는 파치먼트 상태에서 충분히 건조한 뒤 드라이 밀링 과정에서 파치먼트를 제거합니다. 반면 웻헐링에서는 커피가 아직 상당한 수분을 가지고 있을 때 파치먼트를 먼저 제거하고, 노출된 생두를 다시 건조합니다.

구분 일반적인 건식 탈각 웻헐링
파치먼트 제거 충분한 건조 후 부분 건조 상태에서 먼저 제거
탈각 당시 생두 상대적으로 건조된 상태 수분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
탈각 이후 선별·보관 단계로 진행 노출된 생두를 다시 건조
대표 지역 여러 커피 생산국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술라웨시 등

자료마다 실제 탈각 시점의 수분 수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자료에서는 약 20%대에서 탈각한다고 설명하고, 인도네시아 관련 전문 자료에서는 약 30~40% 수준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특정 숫자를 모든 만델링에 적용하는 것보다 “완전히 건조하기 전에 파치먼트를 제거하고 이후 생두 상태로 최종 건조한다”는 공정상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3. 수분은 로스팅 중 열전달에 어떤 영향을 줄까?

여기서 로스팅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 수분입니다. 생두 안에 존재하는 물은 가열 과정에서 에너지를 흡수하고, 온도가 상승하면서 이동하고 증발합니다.

 

따라서 로스팅 초반은 단순히 원두의 온도를 높이는 구간이 아닙니다. 원두를 가열하는 동시에 내부 수분을 이동시키고 증발시키는 데에도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이 때문에 초기 수분 상태가 다른 생두는 동일한 열을 공급해도 같은 속도로 온도가 상승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 커피 로스팅에 관한 열·물질전달 연구에서도 원두 내부의 온도 변화와 수분 농도 변화를 함께 모델링합니다.

✔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

“수분이 많으면 무조건 열이 천천히 들어간다”라고 단순화하면 안 됩니다. 실제 로스팅 반응에는 수분 함량뿐 아니라 원두 크기, 밀도, 기공 구조, 열전도 특성, 공기 흐름, 로스터의 열전달 방식이 함께 관여합니다. 따라서 수분계의 숫자 하나만 보고 화력을 결정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원두의 기공 구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커피의 기공률을 고려한 열전달 연구에서는 기공 구조의 변화가 열전달과 수분 손실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우리가 로스터에서 보고 있는 BT 한 줄 뒤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4. 수분율 숫자만 보면 안 되는 이유

여기서 만델링을 다룰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웻헐링이니까 완성된 생두의 수분율도 무조건 높다”는 생각입니다.

 

웻헐링은 높은 수분 상태에서 파치먼트를 제거하는 공정이지만, 그 상태 그대로 수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탈각한 생두를 다시 건조해 저장과 수출에 적합한 수준까지 수분을 낮춥니다.

 

따라서 로스터리에 도착한 만델링의 실제 수분율은 반드시 측정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가공 방식만 보고 현재 수분율을 추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같은 수분율을 가진 두 생두도 똑같이 반응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생두의 밀도와 크기, 내부 기공, 저장 상태와 가공 과정에서 형성된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생두를 받을 때 저는 프로파일보다 먼저 수분, 밀도, 스크린 사이즈, 외관과 로트 편차를 함께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만델링처럼 외관과 물성의 편차가 비교적 크게 느껴지는 커피에서는 이 과정이 첫 배치의 방향을 잡는 데 유용합니다.

5. 초반에 강한 열을 주면 해결될까?

만델링에서 초반 반응이 느리게 보이면 가장 쉽게 선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투입온도를 올리거나 초반 화력을 크게 가져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생두 내부까지 충분히 열이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면에 에너지가 과도하게 집중되면 겉과 속의 진행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구조적으로 균일하지 않은 생두에서는 일부 원두가 먼저 반응하면서 스코칭이나 티핑 같은 표면 결점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열을 지나치게 줄이면 건조 구간이 늘어지고 전체 로스팅의 추진력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단순한 강·약이 아니라 필요한 에너지를 어느 시점에 어떤 속도로 공급하느냐입니다.

✔ 만델링에서 생각해볼 로스팅 방향

초반 반응이 느리다고 무조건 투입온도를 높이기보다 생두의 실제 수분과 밀도를 확인하고 첫 배치의 건조 진행을 관찰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옐로 시점, 수분 배출 흐름, RoR 변화, 1차 크랙 진입 전후의 추진력을 함께 보면 다음 배치에서 열량을 어디서 조정해야 할지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같은 인도네시아인데 왜 수마트라·자바·술라웨시 커피 맛은 다를까? →바로가기
6. 만델링 로스팅에서 실제로 확인할 것

새로운 만델링 로트를 처음 로스팅한다면 기존 프로파일을 정답으로 놓기보다 기준점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생두 수분: 가공 방식으로 추측하지 말고 가능하면 직접 측정합니다.
  • 밀도: 같은 스크린 크기라도 조직과 밀도에 따라 열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스크린과 두께: 크기뿐 아니라 원두의 두께와 균일도도 확인합니다.
  • 옐로 시점: 기존 원두와 건조 진행 속도를 비교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준입니다.
  • RoR: 순간적인 숫자보다 전체적인 에너지 흐름과 변화를 관찰합니다.
  • 1차 크랙: 시작 시간뿐 아니라 크랙의 밀도와 지속 양상도 기록합니다.
  • 컵 결과: 프로파일의 성공 여부는 그래프가 아니라 최종 컵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워시드 원두보다 옐로 진입이 계속 늦는데 후반부에는 RoR이 급격하게 살아난다면, 단순히 전체 화력을 올리는 것보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에너지가 어떻게 전달되고 있었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표면색은 빠르게 진행되는데 향미가 거칠고 내부 발현이 부족하다면 초반 표면에 에너지가 지나치게 집중됐을 가능성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록하면 “만델링은 몇 도에 넣어야 한다”는 공식보다 훨씬 재현성이 높은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로스터 종류와 배치 크기, 프로브 위치가 달라지면 표시되는 온도 자체도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투입온도를 모든 장비에 공통 공식처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7. 결국 프로파일보다 생두를 먼저 봐야 한다

만델링 로스팅이 까다롭게 느껴지는 이유를 단순히 “인도네시아 생두라서” 또는 “수분이 많아서”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가공 과정에서 만들어진 생두의 물리적 특성과 현재 수분·밀도·크기·구조가 로스터의 열과 만나면서 다른 반응을 만드는 것입니다. 웻헐링은 그 차이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좋은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어도 생두가 바뀌면 다시 관찰해야 합니다. 프로파일은 생두에 열을 넣는 명령이고, 실제로 그 열을 받아들이는 것은 생두이기 때문입니다.

 

만델링을 안정적으로 로스팅하고 싶다면 “몇 도에 투입할까?”보다 “이 생두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를 먼저 묻는 것이 좋습니다. 수분과 밀도를 측정하고 첫 배치의 건조 진행과 크랙 반응을 기록한 뒤, 컵 결과를 다시 프로파일과 연결하면 만델링의 특성이 훨씬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참고 자료
1. Fabbri et al., Procedia Food Science
Numerical model of heat and mass transfer during roasting coffee using 3D digitised geometry
커피 로스팅 중 원두 내부의 열전달과 수분 이동을 수치적으로 분석한 연구.

2. International Journal of Heat and Mass Transfer
A heat and mass transfer study of coffee bean roasting
커피 로스팅 과정의 열·수분·물질 이동을 분석한 연구.

3. Oliveros et al., Journal of Food Engineering
Experimental study of dynamic porosity and its effects on simulation of the coffee beans roasting
생두와 로스팅 원두의 기공 구조가 열전달과 수분 손실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

4. Iaccheri et al., Journal of Food Engineering
Different analytical approaches for the study of water features in green and roasted coffee beans
생두와 로스팅 원두에서 수분의 상태와 이동 특성을 분석한 연구.

5. Indonesian Specialty Coffee 관련 자료
Wet-Hulled Coffee Process: What Is Giling Basah and Why Indonesia Uses It
인도네시아 웻헐링의 탈각 및 최종 건조 과정 참고.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오즈커피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