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AF COFFEE GUIDE
디카페인 커피는 어떻게 만들까?
CO₂ · 워터 · 슈가케인 방식의 원리와 차이
저녁에 커피가 당기지만 잠을 설칠까 걱정될 때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것이 디카페인 커피입니다. 그런데 막상 원두를 고르다 보면 ‘스위스 워터’, ‘CO₂’, ‘슈가케인’처럼 생소한 표현이 눈에 들어옵니다.
카페인만 골라서 제거하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요? 또 물로 제거하는 방식과 이산화탄소, 아세트산에틸을 사용하는 방식은 커피 맛에 어떤 차이를 만들까요?
디카페인은 단순히 카페인이 적은 커피가 아닙니다. 로스팅하기 전 생두 단계에서 별도의 탈카페인 공정을 거친 커피입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CO₂ 방식, 워터 프로세스, 슈가케인(EA) 방식을 중심으로 원리부터 원두 선택법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 디카페인이라고 해서 카페인이 완전히 0인 것은 아닙니다.
• 국내 디카페인 표시기준은 2026년 5월부터 달라졌습니다.
• 현재 국내에서는 카페인 제거 후 커피원두의 잔류 카페인 함량이 0.1% 이하인 경우 디카페인 표시가 가능합니다.
• CO₂, 워터, EA 방식은 카페인을 제거하는 매개체와 공정 구조가 서로 다릅니다.
커피에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작업은 일반적으로 로스팅 전의 녹색 생두에서 이뤄집니다. 생두에 수분을 공급해 카페인이 이동하기 좋은 상태로 만든 다음, 물이나 이산화탄소 또는 특정 용매 등을 이용해 카페인을 분리합니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단순히 카페인을 빼는 것이 아닙니다. 생두에는 카페인뿐 아니라 최종 커피의 향과 맛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향미에 영향을 주는 성분의 손실을 얼마나 줄이면서 카페인을 제거하느냐가 공정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도 스위스 워터와 초임계 CO₂ 방식으로 처리한 원두의 휘발성 향기 성분을 비교했을 때 디카페인 공정에 따른 향기 성분 조성의 차이가 관찰됐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특정 공정이 무조건 ‘맛이 좋다’고 단정하기보다 생두의 품질, 공정 조건, 로스팅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과거 국내에서는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하면 디카페인 표시가 가능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제기준과의 조화를 위해 기준을 개정했고, 2026년 5월 19일부터 카페인 제거 후 커피원두의 잔류 카페인 함량 0.1% 이하를 디카페인 표시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CO₂ 디카페인 공정은 높은 압력 조건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생두에서 카페인을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디카페인 제조방법 가운데 하나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추출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기본적인 공정 흐름
① 생두를 세척하고 물과 증기로 수분을 공급합니다.
② 처리된 생두를 카페인 추출 용기에 넣습니다.
③ 고압 조건의 CO₂가 생두에 침투하면서 카페인을 용해·분리합니다.
④ 탈카페인 처리가 끝난 생두를 건조한 뒤 로스팅합니다.
초임계 유체는 특정 온도와 압력을 넘어 액체와 기체의 특성을 함께 나타내는 상태를 말합니다. CO₂는 이런 특성을 활용할 수 있어 식품 추출 분야에서도 사용됩니다.
다만 ‘CO₂ 방식이면 무조건 향미가 가장 좋다’고 단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 향미 결과는 생두의 품종과 가공, 탈카페인 조건, 보관, 로스팅 프로파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Swiss Water® Process는 유기용매 대신 물과 커피의 수용성 성분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워터 방식입니다.
핵심은 Green Coffee Extract(GCE)입니다. GCE에는 커피의 수용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카페인은 제거되어 있습니다. 이 추출액과 생두 사이의 농도 차이를 이용해 생두의 카페인이 바깥쪽으로 이동하도록 합니다.
✔ Swiss Water®의 기본 원리
① 생두를 세척하고 수분을 공급해 추출에 적합한 상태로 만듭니다.
② 생두와 카페인이 제거된 GCE를 접촉시킵니다.
③ 농도 차이에 의해 생두의 카페인이 GCE 쪽으로 이동합니다.
④ 카페인을 머금은 GCE를 탄소 필터에 통과시킵니다.
⑤ 필터에서 카페인을 제거한 GCE를 다시 순환시킵니다.
⑥ 목표 카페인 수준에 도달한 생두를 건조합니다.
Swiss Water 측은 자사 공정을 통해 생두 기준 99.9% caffeine-free 수준을 목표로 관리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흔히 생기는 오해도 있습니다. 워터 방식이라고 해서 단순히 생두를 물에 오래 담가 카페인을 씻어내는 공정은 아닙니다. 커피 성분으로 포화된 GCE와 탄소 필터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카페인을 선택적으로 이동·제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스페셜티 디카페인 원두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 Sugar Cane Process 또는 EA Process입니다. 여기서 EA는 Ethyl Acetate, 아세트산에틸을 뜻합니다.
아세트산에틸은 디카페인 공정에서 카페인을 추출하기 위한 용매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식품 규정에서도 적정 제조기준에 따라 커피와 차의 디카페인 공정용 용매로 사용하는 것이 허용돼 있습니다.
✔ EA 방식의 기본 개념
① 생두에 수분 또는 증기를 공급해 카페인이 이동하기 쉬운 상태를 만듭니다.
② 아세트산에틸을 이용해 생두에서 카페인을 추출합니다.
③ 세척·증기 처리 등의 후속 공정을 거칩니다.
④ 생두를 건조해 안정화한 뒤 로스팅 단계로 보냅니다.
‘슈가케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설탕물로 카페인을 제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핵심 물질은 아세트산에틸(EA)입니다. 제품에 따라 사탕수수 발효 과정과 연계해 얻은 EA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Sugar Cane Decaf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것입니다.
또한 ‘천연 유래’라는 표현과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구분해야 합니다. EA 프로세스는 아세트산에틸이라는 용매를 이용하는 탈카페인 방법입니다.
공정 이름만 보고 안전성을 단순하게 서열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식품용으로 허용된 물질은 정해진 제조기준과 규격에 맞게 관리됩니다. 원두를 선택할 때는 ‘화학’이라는 단어의 이미지보다는 어떤 공정인지, 생산자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실제 커피 품질은 어떤지를 함께 보는 편이 좋습니다.
| 구분 | CO₂ 방식 | Swiss Water® | 슈가케인 EA |
|---|---|---|---|
| 주요 매개체 | 고압 CO₂ | GCE + 물 + 탄소 필터 | 아세트산에틸(EA) |
| 유기용매 | 사용하지 않음 | 사용하지 않음 | 사용 |
| 핵심 원리 | CO₂를 이용한 카페인 추출 | 확산 + 탄소 여과 | EA를 이용한 카페인 추출 |
| 라벨에서 볼 수 있는 표현 | CO₂ Process Supercritical CO₂ |
Swiss Water® Process | Sugar Cane Process EA Process |
| 선택 포인트 | 고압 CO₂ 공정을 선호할 때 |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공정을 원할 때 | EA 방식 특유의 가공 특성을 선호할 때 |
예전에는 디카페인 원두를 단순히 ‘맛이 약한 커피’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지와 품종뿐 아니라 어떤 탈카페인 공정을 거쳤는지까지 원두 정보로 표시하는 로스터리가 늘면서 선택 기준도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맛이 없을까? 더 알아보기 →개인적으로 원두를 고를 때는 디카페인 방식 하나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생두 산지 → 가공 방식 → 디카페인 공정 → 로스팅 정도 → 추출 용도 순서로 살펴보는 것을 권합니다.
-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공정을 선호한다면 → Swiss Water® 또는 CO₂ 공정 여부를 확인합니다.
- 슈가케인 디카페인을 찾는다면 → Sugar Cane, EA, Ethyl Acetate 등의 표시를 확인합니다.
- 향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 디카페인 방식뿐 아니라 산지·품종·로스팅 정보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 카페인에 매우 민감하다면 → ‘디카페인’이라는 이름만 믿기보다 제조사의 잔류 카페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디카페인 원두는 탈카페인 공정을 거치면서 생두의 물리적 특성이 일반 생두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로스팅과 추출에서도 똑같이 다루기 어렵습니다. 같은 분쇄도와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실제 추출 속도와 맛을 보면서 분쇄도와 투입량을 조정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Q. 디카페인은 카페인이 완전히 0인가요?
아닙니다. 디카페인은 일반 커피보다 카페인이 크게 줄어든 것이지 반드시 0mg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미국 FDA 역시 디카페인 커피와 차에도 일부 카페인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Q. 한국의 디카페인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2026년 5월 19일부터 카페인 제거 후 커피원두의 잔류 카페인 함량이 0.1% 이하인 경우 디카페인 표시가 가능합니다. 이전의 ‘90% 이상 제거’ 기준에서 변경됐습니다.
Q. Swiss Water®는 단순히 물에 원두를 담그는 방식인가요?
아닙니다. 카페인이 제거된 Green Coffee Extract와 생두 사이의 농도 차이를 이용해 카페인을 이동시키고, 탄소 필터를 이용해 GCE의 카페인을 제거하면서 순환시키는 방식입니다.
Q. 슈가케인 방식은 설탕으로 카페인을 제거하나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Sugar Cane Process라고 부르는 방식의 핵심은 아세트산에틸(EA)입니다. 이름 때문에 설탕물로 카페인을 씻어낸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Q. 어떤 방식의 디카페인이 가장 맛있나요?
공정만으로 맛의 우열을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생두 자체의 품질, 탈카페인 조건, 로스팅, 보관 상태와 추출 레시피까지 모두 최종 향미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공정은 원두를 선택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카페인을 뺀 커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CO₂ 방식은 고압 이산화탄소, Swiss Water®는 GCE와 탄소 필터, 슈가케인 방식은 아세트산에틸이라는 서로 다른 원리로 카페인을 분리합니다.
그래서 다음에 디카페인 원두를 구입한다면 앞면의 ‘DECAF’라는 글자만 보지 말고 뒷면이나 상세페이지의 Decaffeination Process 항목을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산지와 품종을 비교하듯 탈카페인 공정까지 확인하기 시작하면 디카페인 원두를 고르는 기준이 훨씬 명확해집니다.
무엇보다 2026년부터 국내 디카페인 표시기준도 달라진 만큼 오래된 정보에서 보이는 ‘한국은 90% 제거하면 디카페인’이라는 설명은 현재 기준으로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식약처 고시 제2026-37호, 2026.5.12.)
•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카페인 커피 안심하고 선택하세요」, 2026.5.12.
•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카페인 커피 제조방법 및 카페인 정보 자료
• Swiss Water Decaffeinated Coffee Company, The Swiss Water® Process
• U.S. FDA, Spilling the Beans: How Much Caffeine is Too Much?
• 21 CFR §173.228, Ethyl Acetate
•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 「디카페인 커피 원두의 향기성분 변화」, 2023